[NC인터뷰] '은중과 상연' 박지현 "인생 멘토 김고은…전성기라니, 아직 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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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 '은중과 상연' 박지현 "인생 멘토 김고은…전성기라니, 아직 멀었죠"

뉴스컬처 2025-09-27 13:34: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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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에서 '상연'으로 열연한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에서 '상연'으로 열연한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늘 호수 같던 천상학에게. 있잖아 한때는 푸르다 못해 희고 흰 파도가 몰아치던 청량한 바다 같았던 네가 갑자기 탁하고 잔잔하기 그지없는 호수처럼 변해서 나는 너무 미웠다. 그걸 바라보던 차디한 내 시선이 그 호수마저 얼어붙게 했을까."

인터뷰 말미, 배우 박지현이 극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신의 오빠 '천상학'에게 쓴 편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홍보팀을 통해 장문의 편지글을 보내왔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8개월 동안 15부작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촬영했다. 어떤 작품보다 긴 호흡을 이어가는 동안 박지현은 오롯이 '상연'이 돼 살았다. '상연'에게도 '은중'에게도, 그리고 '천상학'에게도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은중과 상연'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지현을 만났다. '은중과 상연'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모든 시간을 마주하는 이야기이다. 박지현은 극 중 '천상연' 역을 맡아 20대부터 40대까지 인물의 긴 세월을 섬세하고 공감 가는 연기로 펼쳐 보였다.

박지현은 '천상연'에게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아무리 쓴소리를 해도, 모든 상황에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며 '천상연'을 '옹호'하고자 했다. '천상연'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시청자들이 "천하의 XX라서 '천상연'"이라고 다소 거칠게 말한 것에 대해서도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쿨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상연'이가 겪었던 어린 시절 상황, 20~30대 때 모난 행동을 하고 삐뚤어진 모습을 보인 것은 오해 때문이라고 합리화시켰다. 사실 상연이가 의도한 건 없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운이 좋지 않아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 '상연'이를 지켜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은중과 상연'. 사진=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사진=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에서 박지현은 긴 세월, 한 인물의 요동치는 감정 변화부터 암투병, 그리고 조력 사망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보여야 했다. 그는 쉽지 않은 역할에 과감하게 도전하고자 나섰다.

박지현은 "'은중과 상연'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깊이 다루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그런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라며 "20대부터 40대까지 긴 세월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보통은 한 인물의 짧은 순간을 연기하지 않나. 전후 서사를 상상해서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 '은중과 상연'에는 대본에 모든 서사가 담겨 있었다. 답은 없지만 길이 있는 느낌이었고, 되게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현은 "'상연'을 처음 대본으로 봤을 때 "겨울 호수에 낀 살얼음 같았다.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친구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중'은 상황과 환경 변화가 크지 않아서 연기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상연'은 외형적, 심리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변화의 폭이 커서 그걸 도드라지게 잘 표현해 내면 되겠다 생각하며 임했다"고 설명했다. 

'은중과 상연'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특히 박지현은 40대 '상연'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호평받았다. 암 투병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20대부터 40대까지 순서대로 촬영했다. 조력 사망에 대해 다뤄야 하는 걸 았았지만, 20~30대 때는 최대한 그 생각을 지우려고 했다"라며 "그리고 40대 촬영을 앞두고 조력 사망에 대해 준비했고,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환자들에 관해 연구했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상연의 입장이 진심으로 이해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에서 죽음을 앞둔 상연은 담담해야 했다. 하지만 제가 너무 부족함이 많은 배우라 눈물 참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라"라며 "극 중 은중과 상연은 울면 안 됐다. 울컥하는 상황이 많았지만 참아야 했다"고 떠올렸다.

또 박지현은 "살을 빼기 위해 2~3주 동안 물과 아메리카만 마셨다. 단식했더니 몸은 말라 가는데, 얼굴은 붓더라"라며 "그때 촬영 전에 더 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3시간 울고 가면 현장에서 수분이 마르니까 눈물이 덜 나겠지 싶었다. 또 아파서 부은 것처럼 보여 줄 수 있어서 1석 2조라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반식욕을 하면서 계속 울었다"고 전했다.

박지현은 "그런데도 현장에서 눈물이 잘 참아지지 않았다. 저 때문에 촬영이 지체되면 안 되기 때문에 제 바스트샷을 제일 마지막에 찍었다"라며 "참으려고 할수록 더 눈물이 나더라. 제가 장면에 걸리지 않을 때 펑펑 울었다. 촬영 때가 되니까 지쳐서 못 울더라. 그렇게 완성한 장면을 시청자들이 잘 봐 주셨다. 사실 김고은 언니가 옆에서 많이 힘들었다. 제가 연기 호평을 받는 것은 다 언니 덕이다.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계속해서 박지현은 작품을 함께한 이후 현실서도 둘도 없는 사이가 된 배우 김고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고민이 있을 때 제 속을 간파한 사람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김고은 선배는 별말 안 해도 제 속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김고은 선배와 좋은 순간이 많았지만, 트러블도 있었고 갈등도 있었다"라며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제가 불안할 때, 듣고 싶은 말을 정확한 타이밍에 해 주더라. 소름 돋을 때가 많았다. 조언을 듣고 싶지 않을 때 해 주면 의미 없지 않나.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적합한 타이밍에 조언을 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지현은 "'이 사람은 이길 수 없구나' 싶었다. 상연이에게 은중이 같은 존재구나 느꼈다. 연기적으로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배운 것이 많았고, 연기 외적으로도 배운 게 너무 많아서 좋았다. 좋은 친구이자 동료이자, 앞으로 제 멘토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배우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지현. 사진=넷플릭스

박지현은 "그동안 미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제가 맡은 인물을 지켜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러려면 상황을 잘 표현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보는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현실에서 '은중'과 '상연' 중 누구와 가깝냐고 물었다. 박지현은 "겉으로 봤을 때는 은중에 가까울 수 있는데, 속은 상연에 가깝다. 저는 극 아이(I)다. 저를 잘 모르는 사람은 "아이라고? 너 E 잖아'라고 말하곤 한다"라며 "최근에 TCI 검사를 했는데 타인 수용력, 공감력, 친밀감이 높게 나왔다. 다만 체력이 나쁘다더라.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잘 돌아다니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다"라고 했다.

2017년 MBC 월화 특별기획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해 2018년 공포영화 '곤지암'을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이 작품으로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데뷔 초반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유미의 세포들' '재벌X형사', 영화 '히든페이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를 통해 빠른 시간에 주연 배우로 도약했다.

영화 '와일드씽', 드라마 '내일도 출근' 등 차기작도 이미 여러편 정해졌다. 그야말로 전성기다.

박지현은 "저는 아직 멀었다. 가능하다면 평생 연기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라며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할 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출연한 작품보다 출연할 작품이 더 많다고 믿고 싶다. 그저 별 탈 없이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성기'라고 해 주시지만 연연하지 않겠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연기하다 '상연'이처럼 죽음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예전 그때가 전성기였지'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고 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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