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가상화폐 시장이 뜬금없는 급락세에 휩싸였다. 비트코인은 지난 19일 11만7000달러에서 10만9000달러까지 떨어졌고, 이더리움도 4600달러에서 400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22일 오전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하락이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 등 알트코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이 4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7일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거시경제적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이 "꽤나 고평가되어 있다"고 발언한 것이 주식시장 하락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가 다시 부상한 것과 GDP 예상치 상향 조정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코빗 리서치센터 김민승 센터장은 "매크로 요소만으로는 가상화폐 시장 하락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 하락은 22일 오전에 시작됐지만, 미국 증시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며 "금 가격이 가상화폐 하락과 거의 동시에 유의미하게 상승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청산이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도 하락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롱포지션 청산은 가격 하락이 있어야 촉발되는 것으로 하락의 결과이지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2일 오전 가상화폐 시장에 급락을 불러온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김 센터장은 "정황상 매크로 요소보다는 가상화폐 시장 내부 이슈에서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22일 한국에서는 '지니어스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유통됐다. 한 중소 언론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문은 현재 원본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바이비트 거래소 해킹설도 돌았지만 바이비트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루머를 전면 부인했다.
더 설득력 있는 원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거론된다. 22일 오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홍콩 증권사 두 곳에 실물자산토큰화(RWA) 사업 중단을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센터장은 "중국은 가상화폐가 전면 금지되어 있지만 홍콩을 샌드박스처럼 활용해 가상화폐 제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번 권고가 확대해석되어 중국과 홍콩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KBW 징크스'라는 가설이다. 이번 주 팩트블록과 빗썸이 주최하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가 열렸다. 작년까지 KBW를 주최하던 해시드가 올해는 같은 주에 별도 행사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 업계 인사들이 한국에 몰렸다.
재미있게도 KBW 주간에는 매년 급등락이 발생했다. 작년에는 금요일 비트코인이 5만7000달러에서 5만4000달러로 급락했고, 2023년에는 2만5600달러에서 2만6400달러까지 급등 후 다시 2만5800달러로 하락했다. 2022년에는 2만4000달러에서 2만3000달러로 떨어졌다.
김 센터장은 "업계 인사들과 트레이더들이 행사 참석차 자리를 비워 가격 급등락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매년 나온다"며 "통계적 분석은 어렵지만 해마다 유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뚜렷한 악재 없이 갑자기 하락이 발생해 KBW 주간이라서 하락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시장은 역사가 짧고 증시보다 시장 심리에 의한 등락폭이 크다 보니 이런 흥미로운 가설들이 자주 등장한다. '오를까봐 오르고 내릴까봐 내리는' 현상이 매우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4년주기론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 반감기 사이클의 막바지로 볼 수 있는 올해 4분기가 비트코인 상승사이클의 끝인지, 아니면 ETF나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로 상승이 이어질지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금리 인하가 시작됐고 '업토버(상승하는 10월)'가 눈앞에 다가왔다"며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FOMO(Fear of Missing Out·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와 패닉셀에 휘둘리지 않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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