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CB Insights와 JLL에 따르면 2011년 2억 달러였던 글로벌 프롭테크 투자가 2021년 320억 달러로 폭증했다. 10년 만에 150배 성장이라는, 폭발적 변화다.
이어진 2024년 글로벌 프롭테크 시장 규모 역시 360~405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되며, 2024년 한 해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에만 약 43억 달러의 성장자본 및 부채 투자(165건 이상)가 몰렸다.
◇팬데믹이 가속화한 디지털 전환
프롭테크의 진화 과정은 흥미롭다. 2000년대 중반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으로 시작된 이 움직임은 2010년대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발달과 함께 본격화됐다. 그리고 팬데믹이 결정타를 날렸다. 원격 근무와 비대면 거래, ESG 경영이 필수가 되면서 프롭테크는 ‘옵션’이 아닌 ‘생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의 프롭테크는 단순한 거래 중개를 넘어섰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분석은 물론, 스마트 빌딩 관리, ESG 기반 설계, 자율주행 물류센터까지 도시 전체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종합 솔루션으로 진화 중이다.
◇지역별로 다른 성장 DNA
북미는 여전히 글로벌 투자의 40% 이상을 흡수하는 메카다. 질로우(Zillow), 코스타(Costar) 같은 유니콘들이 탄생했고,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가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유럽은 ESG 중심의 차별화된 길을 걷는다. EU의 지속가능 금융 분류체계(택소노미)와 맞물려 친환경 건축과 탄소 저감 솔루션에 집중 투자가 몰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싱가포르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로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였고, 싱가포르는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한국의 프롭테크 시장은 다소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최근 3, 4년간의 변화 속도는 눈부시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500여 곳에 달한다.
한국 프롭테크의 동력은 세 가지다. 첫째, 국토부의 데이터 개방 확대로 부동산 등기와 건축물대장, 거래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스타트업들의 실험적 서비스 모델을 지원하고 있다. 셋째, 대형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알스퀘어와 직방 등 주요 플랫폼들도 기존 서비스에서 나아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ESG를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가 보는 기회와 함정
프롭테크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은 당연하다. 부동산은 전 세계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산업이면서, 여전히 디지털 혁신이 미완인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기술이 가져올 효율성과 투명성, 지속가능성은 곧 수조 원 규모의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
함정도 있다. 부동산은 경기 변동에 극도로 민감하고, 국가별 데이터 규제 차이로 글로벌 확장이 까다롭다. 특히 ESG 검증 체계의 표준화 부족은 ‘그린워싱’ 우려를 키우고 있다.
프롭테크의 미래는 데이터와 제도가 얼마나 조화롭게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는 마땅히 개방돼야 하지만 동시에 규율돼야 한다. 표준화된 데이터 체계 위에 신뢰 가능한 제도적 틀이 마련될 때, 프롭테크는 비로소 산업적 신뢰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 스타트업의 혁신이 동시에 맞물리는 지금이 바로 그 기회의 순간이다. 프롭테크는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다. 부동산 산업 전체의 가치사슬을 재편하고, 도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새로운 인프라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정글이 디지털로 진화하는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서, 기술과 자본, 제도가 균형을 이루는 국가와 기업만이 다음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