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존중하지만 아쉬워…발전 사각지대 전북 현실 고려해야"
"8천500건의 탄원서 쌓여…투자 고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 우려"
"수요 맞는 시설만 짓는다면 지역소멸…필요성·정당성 입증할 것"
[※ 편집자 주 = 법원이 오는 11월 착공 예정이던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늘길이 곧 열릴 것'이라고 기대해온 전북도와 지역 국회의원, 재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소송의 원고였던 환경단체는 이를 '생명권을 중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항소를 제기한 국토교통부를 연일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사안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돕기 위해 찬반 진영에서 꾸준히 일해온 두 사람의 의견을 담아 보도합니다.]
(군산=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1심에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내린 후로 전북도청에 8천500건의 탄원서가 들어왔습니다. 공항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6일 전북특별자치도 건설교통국 사무실에서 만난 권민호 도로공항철도과장과 박종석 공항지원팀장이 잔뜩 쌓인 서류 앞에서 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이후 전북도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지원 추진 TF'를 구성해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실무자들인 이들도 TF에 참여했다.
이번 1심 판결로 오는 11월 착공 예정이었던 새만금국제공항 일정은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다.
권 과장은 "기존에 추진하던 새만금 농생명용지 내부 개발, 지역 간 연결도로, 새만금 신항 등은 문제 없이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이번 판결이 국제공항 개항을 예상하고 투자를 고려하던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새만금 산업단지에는 항공 물류가 필수적인 이차전지와 첨단소재, 농식품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라며 "수출이 중요한 이들 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국제공항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는 1심 재판부가 조류 충돌 위험성을 우려한 만큼 국토교통부와 함께 이에 대한 반박 논리를 고심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업 부지는 그 입지 자체로 다른 국내 공항과 비교해 조류 충돌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전북도는 대체서식지 등이 조성된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팀장은 "만경강 하류와 동진강 등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새만금국제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성은 이런 상황을 가정해 판단해야 한다"며 "새만금공항 부지에서 1.35㎞ 떨어진 군산공항의 경우 1945년 개항 이후 80년간 조류충돌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국 15개의 공항 중 조류 충돌 위험성이 3번째로 낮은 곳"이라고 항변했다.
전북도는 또 2심 재판에서 새만금공항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적극 피력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9년 국무회의를 거쳐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진행됐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된 만큼 국가의 미래 전략을 위한 사업으로 이미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권 과장은 "당시 선정된 23개 사업 중 16개는 준공이 이뤄지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외 사업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공항만 지연 위기에 처했다"며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줄곧 국가균형발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전북의 현실은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고 1심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조류 충돌 위험성과 함께 새만금국제공항 수요 역시 앞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문제다.
감사원은 최근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국토부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새만금국제공항에서) 매년 200억여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우려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재무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의 수요예측치 대비 실제 이용객 수가 12.5%, 8.6%에 그쳤다고도 지적했다.
박 팀장은 "예측 수요에 맞는 시설만 짓는다면 지역은 계속 소멸할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미래 비전이 있는 만큼 그 방향성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을 준비해야 한다"며 "새만금국제공항은 공항 관문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공항이 활성화할수록 적자 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 역시 "지역발전과 환경보존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면서 지역발전을 할 수 있다"며 "새만금공항은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환경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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