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서초청년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속에 따뜻한 책임감이 일렁였다. 단순히 개인의 작업을 넘어 지역과 일상 속 시민들과 예술로 만날 수 있다는 기회는 늘 설레고 감사한 일이다. 지난해의 경험이 한 번의 특별한 만남이었다면, 올해 다시 이어진 인연은 예술가로서의 길이 단순히 개인적인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과정임을 더 깊이 깨닫게 했다.
2025년 하반기에는 세 가지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하나는 ‘카페 갤러리’에서의 전시, 또 하나는 ‘버스정류장 갤러리’, 그리고 서초청년센터 옆 벽면에서 불빛으로 비춰지는 ‘고보라이트청년갤러리’다. 이름만 들어도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장소들이다. 스쳐 지나가던 공간들이 작품을 통해 잠시 머무는 장소로 바뀌고, 그 순간에 작은 감동이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카페라는 공간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곳을 넘어 사람들의 대화와 사색이 오가는 작은 문화의 장이다. 그 안에 걸린 작품들은 때로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감흥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의 그림이 카페를 찾은 누군가의 눈길을 우연히 사로잡아 하루의 피곤함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른 전시는 버스정류장에서 이루어진다. 출근길, 하교길, 혹은 약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많은 사람들이 잠시 서서 머무는 곳. 분주한 도시의 흐름 속에서 작품은 광고판이나 안내문과 나란히 걸리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더욱 특별한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잠시 멈춰 선 그 순간, 한 장의 그림이 바람처럼 다가와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것은 미술관이 아니어도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서초청년센터 옆 벽면에서는 고보라이트를 통해 나의 작품이 불빛으로 비춰진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그림이 저녁이 되면 환하게 드러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시민들과 만난다. 불빛에 담긴 예술은 잠시 지나가는 길목을 특별한 무대로 바꾸어 놓는다. 작품이 빛으로 스며드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하나의 풍경이자 경험이 된다.
예술가로서의 길은 때때로 고독하고, 스스로의 의미를 묻는 질문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공의 공간에서 작품이 시민들과 만나는 경험은 그 질문에 대한 또 다른 답을 건네준다. 예술은 화려한 전시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일상의 틈새 속에서 불현듯 다가와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남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예술을 통해 성장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짐을 느낀다.
작품 속에서 나는 늘 ‘행복’과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판다곰 몽다, 거북이 거복이, 다람쥐 다몽이 그리고 세잎클로버와 무지개는 나의 시그니처이자 따뜻한 메시지를 담는 매개체다. 이번 전시들을 통해서도 그 이야기를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 잠시 멈춰 바라본 그림 속에서 자신만의 추억이나 미래를 발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감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서초청년작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 그 이상으로 지역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나의 작은 그림 한 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빛이 되기를, 또 이번 전시가 또 다른 만남과 기억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앞으로도 예술이 일상에 스며들고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아가고 싶다. 서초의 거리와 카페, 버스정류장, 그리고 불빛 속에서 시작된 이 만남이 또 다른 장소,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의 예술이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쉼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향한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리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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