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메트로배니아 5개 리뷰 (그 게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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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00:00 기준

최근 한 메트로배니아 5개 리뷰 (그 게임 포함)

시보드 2025-09-26 16:10:01 신고

내용:


[시리즈] 메트로배니아 관련 글 모음




순서대로 비전 소프트 리셋, Moonlight Pulse, Fearmonium, 할나 2회차, 슝크슝 리뷰임


웬만한 스포는  음영 으로 표시했는데, 완벽한 스포 방지는 아니니 주의

평가 등급은 종합 점수보다는 개인적 호불호에 가까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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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소프트 리셋)


 


평: A (호)

출시/플레이: 19년 / 25년 7월

플랫폼/조작/언어: 스팀/키보드/영어 (유저한패 있음)

플레이 타임: 스팀 약 20시간, 인게임 7:20

도전과제: 11/12 (달성도 100%, 모든 엔딩)



시간여행 기믹을 활용한 스피드런-라이크 메트로배니아.

지금껏 해본 것들 중 가장 신선한 메트로배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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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지를 이용해 여러 시간선을 경험하며 다음 목적지를 찾아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어빌리티에 해당하는 '해독기'들은 정보의 형태라 시간을 되돌려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설정.

하지만 이건 말로만 정보이지 사실상 다른 메트로배니아들의 어빌리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에 시간선을 경험할 때마다 게임 속 캐릭터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도 실제 '정보'가 쌓인다는 점에 착안해서,

암호, 시간이나 행동에 따른 환경의 변화, 막다른/숨겨진 길, 히든 테크닉 등등

다양한 형태의 지식과 지식 게이트를 게임의 주요한 요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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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을 유지한 채 위치만 워프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간도 일종의 공간의 축으로 고려하며 탐험을 해야 했다.

어빌리티 외의 업그레이드들은 다른 시간선에서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고려가 더더욱 중요했음.


결국 '어떤 능력으로 이 게이트를 통과하는지' 보다는, '어떤 경로로 통해 이곳에 다시 도달할지'가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었다.

다른 메트로배니아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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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파트로 가면 이러한 성격이 더욱 분명해진다.

제한 시간 내에 특정 아이템들을 모아와야 하는, 사실상 스피드런 루트 깎기 같은 게임이 됨.

숨겨진 길, 히든 테크닉 등등 여기까지 오면서 습득한 모든 지식들이 시퀀스 브레이크를 위해 자연스레 활용된다.


여기서 이 게임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듯.

최종장을 고려한 정교한 레벨 디자인이 일품이다.


구간 별로 저장과 재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짜 스피드런처럼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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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막 재밌는 게임은 아니었는데, 간간히 되게 특이한 기믹을 가진 보스전들이 있어서 이 역시 신선했다.

하지만 대체로 반응속도로 피하기보다는 되감기를 사용하라는 식의 빡빡한 액션들이 많아서 다소 피로도가 있기는 했음.

되감기 시 잠깐의 딜레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게임이 다소 불친절해서 일부 구간의 경우 필요한 테크닉이나 해답을 혼자 알아차려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

여러모로 장르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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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도 스런 같은 회차플 요소를 꺼리는 편이라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은 아니었다.

진엔딩은 공략 보고 따라하기도 했고.


하지만 불호 요소를 감안하고서도,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백트래킹과 회귀의 미학을 훌륭하게 재해석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시퀀스 브레이킹이나 지식 기반 게임를 좋아하는 사람들, 신선한 메트로배니아를 찾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





(문라이트 펄스)


 


평가: B (쏘쏘)

출시/플레이: 24년 / 25년 7월

플랫폼/조작/언어: 스팀/키보드/영어

플레이 타임: 스팀 9.8시간, 인게임 6:58

도전과제: 12/16 (Completion 100%)



Vision Soft Reset 개발사의 신작.

전작과 같은 참신함을 기대했는데 흔한 선형진행 메트로배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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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괜찮았다.

전작보다 전체적인 그래픽 퀄리티도 대체로 올라갔고, 조작감도 딱 표준적이고 좋았음.


세계관 설정이나 게임 플레이에서도 나름의 신선함은 있었다.


거대 동물 몸속에서 기생충들과 싸우며 보금자리를 지킨다는 설정에 맞춰서

맵 곳곳을 체액관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나, 이를 중심으로 레벨 디자인을 한 것도 나름 참신했고,

각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특수기와 대시 중에 다른 메트로배니아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어빌리티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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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토리 중심 선형진행 메트로배니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대부분 그대로 안고 있는 게임이었음.


먼저 길찾기.

스토리 중심이다 보니 대체로 선형 진행일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유일한 정답'에 해당하는 길을 너무 찾기 어렵게 만들어 놨다.


한 번에 밝혀지는 맵의 크기가 너무 넓고 맵마커도 없다 보니 게임 디자인 상 길찾기가 어려운 조건인데,

갈림길이나 어빌리티 게이트도 너무 많고, 진행 유도도 거의 없으며, 오히려 찾기 어려운 곳을 진행 루트로 해둔 경우가 많아 초반에 헤매는 일이 많았다.


세이브 간 순간이동 기능이 없고 체액관을 따라 이동하는 게 유일한 이동 방식이라 뺑뺑이 도는 스트레스가 심했음. 일방통행도 너무 많았고.

여러모로 레벨 디자인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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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나치게 대사 위주의 진행이었다.

대사가 많다거나 왕도적이라거나 이런 건 취향 문제일 수 있으니 차치하더라도,

어빌리티의 획득까지 대사로 처리하는 건 좀 짜치게 느껴졌다.


자기들끼리 대화하다가 "아! 이런 능력을 깨우쳤어!" 이런 식으로 어빌리티를 개화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메트로배니아의 핵심 재미가 어빌리티의 '획득'과 '사용'에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뽕맛 떨어지는 연출이었다.

나름 성장 서사와 주제 의식을 담으려고 했던 거 같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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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전환을 이용한 플랫포밍을 가장 많이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빈도가 작았고, 캐릭터 전환도 조작과 딜레이 때문에 좀 불편했음.

잡몹 전투도 다소 성가셨고, 보스전도 기믹 위주라 취향에 안 맞았다.


대체로 두드러진 결함은 없지만 밋밋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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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물 캐릭터를 맘껏 볼 수 있다는 것 외에 뚜렷한 특징은 없는 게임이었다.

왕도적인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 추천.





(피어모니움)


 


평가: D (유기)

출시/플레이: 21년 / 25년 7월

플랫폼/조작/언어: 스팀/키보드/영어

플레이 타임: 약 100분



아트도 마음에 들고 괜찮아 보여서 기대하고 샀는데 노잼이었다.


우울증이랑 광대 공포증 있는 학생 머릿속에서 멘탈을 더 망가뜨리는 내용인데

심리학 석사인 개발자가 게임성보다 지식 전달에 더 관심이 있었던 거 같다. 대사가 너무 지루하고 현학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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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이 미묘하게 불편하고 공격에 선딜도 있어서 전투가 성가셨다. 적 패턴이나 레벨 디자인이 재밌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좌/우 대시 버튼을 다르게 지정했던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음ㅋㅋㅋ 자꾸 반대로 대시해서 얻어 맞더라.


수집요소도 노맛이고 메배로서 매력도 안 느껴졌음. 첫 보스까지만 깨고 환불런했다.





(할로우나이트) 2회차


 


평가: SS (취향저격)

출시/플레이: 17년 / 25년 8-9월

플랫폼/조작/언어: 스팀/키보드/한국어

플레이 타임: 스팀 108시간, 인게임 94:05

도전과제: 58/63 (완성도 112%, True Completion 98.45%, 모든 엔딩(5개), 찬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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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송 발매 기념으로 2회차 달렸다.

해본 메트로배니아들 중에 최애였는데 역시나 다시 해봐도 갓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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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의외로 청각적인 요소였다.

첫 회차에서는 미려하면서도 깔끔하고 귀여운 디자인이 더 눈에 띄었었는데,

다시 해보니 소리의 활용이 그에 못지 않게 이 게임만의 차별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음.


각 맵의 컨셉에 맞는 명품 OST로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건 물론이고,

상황의 변화나 긴장감 조성, 위험의 알림 등 연출적인 의도를 위해 음악에 변주를 주거나 적막을 넣는 방식도 적절하고 유려했다.


특히 지도상인이나 애벌레, 흔들리는 바닥, 적의 울음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을 이용해서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암시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있더라.

의외로 다른 메배들에서는 이런 건 거의 못 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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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랜만에 다시 플레이해보니 의외로 조작감이 어색하게 느껴졌음.

할나 조작감 이상하다고 하는 얘기 이해 못 했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다른 메배들보다 점프 높이 조절의 폭이 되게 크고 낙하 타이밍이 한 템포 빠름.


할나가 조작감이 좋은 게임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조작감이 보편적이어서라기보다는 이 게임에 적절한 조작감이어서인 것 같다.


주로 쓰이는 조작이 방향키, 점프, 공격, 대시 밖에 없는 굉장히 단순한 액션인데

그 안에서 적당한 난이도와 변주를 주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움직임을 허락하는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음.

관성을 줄여서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게 하고, 점프 높이의 가변폭을 늘리고 낙하 타이밍을 빠르게 함으로써 상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덕분에 다양한 보스전, 플랫포밍 등 단순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액션 시퀀스들이 나온 것 같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액션이 가능하도록 하단 공격에 반동을 준 시스템은 특히나 마음에 든다. 할나 액션의 정체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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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레벨 디자인이 일품이다.

사실상 일자형 진행이 많은 메배에서 제대로 된 비선형 레벨 디자인만으로도 귀한데,


단순히 거미줄처럼 엮어 놓기만 한 게 아니라 어빌리티 게이트들을 적절히 넣어서 너무 많은 자유를 주는 걸 지양하고,

동시에 하나의 정답만이 아닌 여러 우1회로들을 만들어 진행이 아예 막히는 걸 방지한 균형 있는 레벨 디자인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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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퀀스 브레이킹 요소를 비롯해 이론상으로는 기상천외한 순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도,

지도 상인의 존재, 벤치를 이용한 지도 갱신, 제한적인 이동 수단, 한정된 맵마커 등을 이용해

너무 발산적인 탐험은 자제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 것도 세련되게 느껴졌다.


중앙 마을에 힌트를 주는 장로벌레와 메인 상점을 배치함으로써,

자꾸 돌아와서 재화를 소비하고 휴식을 취하게 만든 것도 게임 템포 조절과 몰입 면에서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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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이 게임의 불호 요소로 자주 꼽히는 편의성 문제들에도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 해금을 수동적으로 해야한다든지, 메뉴 컨 없이는 세이브 포인트로 못 돌아간다든지, 대부분의 플레이 타임 동안 빠른 이동이 제한적이라든지 하는 점들이 확실히 불편하기는 했지만,

앞서 언급한 동선 유도 면에서도 그렇고, 필드에서 긴장감 있는 탐험과 지도상인, 벤치, 사슴벌레 등을 찾았을 때의 안도감 등을 고려하면 단점 못지 않은 장점들도 있었음.

개인적으로는 불합리함보다는 스트레스가 쾌감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더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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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트래킹이 잦은 편인데, 이 부분은 아트와 어빌리티로 커버를 했다고 생각함.


맵별로 개성이 확실하고 배경 아트와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짙어서 눈과 귀가 즐거웠다.

솔직히 지루할 수 밖에 없는 반복 방문을 이게 어느 정도 상쇄해주는 거 같음.


어빌리티도 대부분 탐험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동력 관련 능력들이라 같은 맵을 재방문 할 때마다 조금씩 경험이 달라지는 것도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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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어빌리티라고 하는 것들(대시, 벽타기, 더블점프,  슈퍼대시)이 국밥 능력들이긴 해도 다소 뻔하고 단순한 건 역시 아쉽긴 했음.


보스전도 미화된 기억과는 달리 노잼 보스들도 많더라.

특히 전사의 꿈 보스들은 어거지로 만든 느낌...

감시자의 기사 같은 다구리형 보스들도 메인 진행 중에는 패턴 파훼의 재미보다는 불합리함이 더 크게 느껴졌음.


그래서 사마귀 군주들, 그림 같이 잘 만들어진 보스들이 더더욱 빛났던 것 같다.

한정된 액션 기믹 내에서 속도감과 패턴 학습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명품 보스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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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면에서 백색 궁전과 고통의 길도 주인공 기사의 단순한 액션성을 극대화한 정말 잘 만든 플랫포밍 시퀀스들이라고 생각함.

다른 플랫포밍 위주의 메트로배니아들에 비해서도 되게 깔끔하고 맛있었다.


물론 게임 전체적인 난이도 곡선 면에서는 크게 하자가 있긴 함...

필드에서 좀 더 플랫포밍 연습 기회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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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분량에 비례해 다소 늘어지는 초반부, 일부 이벤트 도입이 다소 불합리하게 숨겨진 점, 엔드 컨텐츠라고 해도 트라이 타임이 너무 긴 만신전 5문

여러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광대한 맵 크기와 분량 중에도 떨어지지 않는 탐험 몰입감, 적절하게 주위를 환기해주는 개성 있는 NPC들의 존재, 힌트와 보상이 모두 합리적인 수집 요소들, 발산적이고 비선형적인 맵 구조임에도 대체로 적절한 난이도 곡선, 강한 적 옆에 꼭 영혼 회복용 잡몹을 배치해주는 섬세한 난이도 밸런싱 등등,

2회차임에도 여전히 좋거나 다시 해서 새롭게 보이는 장점들이 더 많았다.


새삼 아 이런 게 갓겜이었지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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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배 입문하던 때에도, 지금도 내 마음 속 1등 메트로배니아.






(할로우나이트 실크송)


 


평가: S (극호)

출시/플레이: 25년 / 25년 9월

플랫폼/조작/언어: 스팀/키보드/한국어

플레이 타임: 스팀 91.5시간, 인게임 69:10

도전과제: 48/52 (완료도 100%, 모든 엔딩(3개), 모든 증표)


* 최초 업데이트 전 2장 완료.

* 획득 이벤트 제외하고 사냥꾼의 문장만 사용.

* 노멀엔딩 직전부터 보조무기 봉인.



한층 더 마니악해진 매운 맛 메트로배니아.

불평하면서 했는데 솔직히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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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나가 인생 메트로배니아라 전작이랑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편리하고 대중적인 게임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을 깨부수는 게임이었음.


일단 초반이 너무 어려웠다.

전작의 하단 공격도 원래 보편적인 액션 시스템은 아니었는데,

실크송의 기본 문장인 사냥꾼은 대각선 공격에 사거리도 미묘하게 짧아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플랫포밍을 요구하는 지역에 날아다니는 잡몹을 깔아둔 곳도 많아서 더더욱 어려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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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관리도 어려워진 게, 초기 체력 5칸에 2칸 깎이는 피해도 많아서 금방 빈사 상태가 되기 일수였고,

회복도 기본 3칸 회복으로 바뀌었지만 그만큼 필요한 마나 양도 늘어나서

빠른 회복이 도움이 되는 보스전이나 아레나와는 달리 필드 탐험에서는 오히려 너프로 작용했다.


세이브포인트 간격은 먼데 전작과 달리 세이브포인트로 돌아오는 안전한 지름길이 거의 없었고,

어려운 보스나 아레나들이 세이브포인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죽은 후 묵주 회수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 주요 재화의 수급이 전작보다 훨씬 인색해졌고 사용처도 초반 탐험에 필요한 여러 해금 요소(벤치, 지도, 이동 수단 등)에 몰려 있어서

한 번이라도 시체 회수에 실패하면 한동안은 묵주 부족으로 허덕이게 되는 구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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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수록 성취감도 커지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게 게임이라지만,

실크송의 난이도 곡선과 초반 스트레스 관리는 적어도 나에게는 실패에 가까웠다.


피 돼지에 움직임도 전작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잡몹들의 러쉬로 죽어나가기 일수였고,

충분한 학습 없이 날파리들과 가시 바닥이 섞인 구간을 대각선 하단 공격으로 넘어가도록 시키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음.


여러 제약과 힌트로 보편적인 탐험 순서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던 전작과는 다르게

사냥꾼의 행진로와 같이 잡힐락 말락하는 보스를 문지기랍시고 세워 놓고,

억지로 뚫은 게이머가 잘못이라는 듯이 강한 몹들과 플랫포밍, 머나먼 벤치로 응징하는 레벨 디자인도 몹시 불합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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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들로 초반엔 피로도가 너무 심해서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기가 힘들었음...

게임에 몰입하기도 전에 너무 많은 결핍을 던져준 게 아닌가 싶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중앙 마을의 역할을 하는 장소들의 안정감이나 NPC들의 매력이 전작에 비해 떨어져서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것도 한몫 한 거 같음.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요소는 너무 많고 한숨 돌릴 만한 장소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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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반부터 확 재밌어지더라.

조작도 익숙해지고 재화도 넉넉해지니 게임이 의도한 재미들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함ㅋㅋㅋ


대각선 하단공격을 이용한 플랫포밍과 전투들은 스타일리시하고 손맛이 있었고,

질주 능력의 추가는 거기에 속도감까지 부여해줬다.


전작도 하단공격과 대시만으로도 충분히 액션이 재밌었지만, 실크송의 액션은 분명히 그것보다 한층 더 시원시원한 맛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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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스들의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올라갔다.


전작의 보스들은 고점이 높아서 그렇지 패턴이 단순하고 지루한 보스들이 더 많았는데,

실크송에서는 패턴을 파훼하는 맛이 있는 보스들의 비중도 늘고 그 퀄리티도 높아졌다.

오래 즐기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도구 봉인하게 되더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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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간형 보스들이 좋았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첫 번째 죄인인데,

패턴의 시인성을 명확히 하고, 분명한 공격 및 휴식 타이밍을 주면서도, 몰아칠 때는 속도감 있게 몰아쳐 주는 덕분에

난이도에 비해 훨씬 더 큰 액션 쾌감과 성취감을 주는 보스였다.


개인적으로는 악그나 역광만큼 재밌었음ㅋㅋㅋ 보스러시 DLC 나오면 적어도 얘는 다시 한 번 해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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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말고도 대부분 좋았다. 드물게 불쾌했던 건 야수파리 2차전 정도?

그 외에 짜증 나는 보스들은 보스까지 가는 길이나 그 앞의 아레나가 불쾌했던 거지 보스 자체는 맛이 있었다.


보스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컨셉이나 패턴이 겹치는 보스들도 꽤 있기는 했는데...

개발 인원 생각하면 뭐 이해할 만한 정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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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건 그보다는 레벨 디자인과 퀘스트 시스템이었다.


먼저 숨은 벽의 빈도, 중요도, 찾는 난이도가 전부 너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메트로배니아에서 숨겨진 공간은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이고, 적당한 힌트와 보상과 함께라면 장르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는 건 틀림 없지만

솔직히 이 게임은 정도가 과했다.


벽 너머의 소리로 힌트를 주던 전작의 센스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너무 중요한 요소들을 명확한 힌트 없이 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맵의 세이브포인트, 새로운 맵의 입구 등.


전작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별로 안 중요하거나 로어 관련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오히려 중요한 것들을 꼭꼭 숨겨뒀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짓궂지 않나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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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 메트로배니아에 RPG 요소는 안 어울린다는 개똥 철학을 갖고 있는데,

덕분에 실크송의 퀘스트는 취향에 정말 안 맞았다.


확률 드랍템 모아오는 퀘스트들도 마음에 안 들고, 넓은 맵에서 무작정 흔적 찾으라는 퀘스트들도 성가시고,

선행퀘 깨야 후속퀘가 뜬다거나, 3장에 진입하려면 일정 이상 퀘스트를 깨야 하는 시스템도 이해가 안 됐음.


백트래킹을 장려하거나 퀘스트를 힌트로 숨은 길을 알려준다거나 하는 의도인 거는 알겠는데

퀘스트 트리거를 빡빡하게 만든 이유는 잘 모르겠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뺑뺑이 도는 걸로만 느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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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장메인 루트와 서브 루트가 따로 노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퀘스트를 이용해 추가 컨텐츠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의도였을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게임 흐름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느껴졌다.


전작에 비유하자면 마치 그림악단 DLC 같은 게 여러 개 덧붙여진 느낌.

엔딩과 상관없는 추가 컨텐츠라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것들을 제외해버리면 3장 분량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레벨 디자인을 퀘스트로 갈음한 거나, 2장과 3장을 나눠 놓는 방식이나

여러모로 디자인이 매끄럽지 않고 투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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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종 보스전만큼은 불평할 여지 없이 재밌었다.


막보라는 지위답게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했는데,

패턴 자체의 정교함보다는 진짜 적수랑 싸우는 느낌이 들게끔 디자인되어 있어서 몰입감이 좋았다.


엔딩까지의 부정적인 기억들을 어느 정도 미화할 정도로 파훼하는 재미가 있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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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바늘의 선율에 실크가 소모되는 등 불편하기만 한 시스템, 전작에 비해 귀에 덜 박히는 음악, 생각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주인공 등

다른 아쉬운 점들도 굳이 찾자면 찾겠지만, 원래 장점보다 단점 지적하기가 쉬운 법.


전작을 워낙 좋아했어서 그렇지, 실상은 70시간 가까이 달릴 정도로 이 게임도 손에 꼽힐 만큼 재밌게 한 메트로배니아였다.


대각선 공격과 발톱 실에서 비롯된 개성 있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한층 더 깔끔해진 색감과 시인성, 이를 한껏 발휘한 명품 보스전들, 전작보다도 방대해진 분량 속 여러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장인 정신 등등

게임에 빠져들 만한 요소도 한가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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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포밍이나 함정 디자인에 거부감이 없고 숨은 길 찾기에도 자신이 있다면 추천할 만한,

장르 마니아들을 위한 대작 메트로배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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