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1위 기업 삼성화재를 이끄는 이문화 사장의 경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성과에만 치중한 무리한 경영으로 내부 직원과 고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어서다. 관련업계 안팎에선 고객들의 반발이 '민원'으로 표면화되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상생금융을 표방하는 이재명정부 금융당국의 '관심 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설계사 96.6% 카드영업 강요받아…실적 압박➞무리한 영업➞소비자 피해 '악순환'
26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임원부터 지점장 등 영업관리자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반의 성과평가에 '카드 가동률'(소속 설계사의 카드 발급 참여율)을 핵심 지표로 반영해왔다. 특히 2022년부터는 카드영업 실적에 비례한 인센티브 재원을 신설하고 평가 배점을 확대해 카드 모집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러한 영업 압박 구조는 현장 설계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보험설계사 노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삼성화재 설계사의 96.6%가 카드 발급을 "강요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강요 행위 유형으로는 ▲카드 목표 미달 시 지점운영비 반납(회입) ▲개인 인사 고가 불이익 등이 꼽혔다. 응답자 대다수는 카드 영업이라는 부수적인 업무 강요가 설계사의 핵심 업무인 보험 영업 경쟁력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의 한 삼성화재 지점에서 근무하는 보험설계사 A씨는 "보통 한 사람당 2~3건 정도 카드 영업을 시키는데 해당 건수를 맞추지 못하면 지점이나 지역단 별로 운영비, 인센티브 등에서 차등을 줘버린다"며 "고객을 만나 카드상품을 설명해가며 판매를 유도하다 보면 정작 본업인 보험 상품 설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부수 업무로 인해 본업에 소홀해지는 상황은 고스란히 고객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화재는 5대 대형 손해보험사 중 보험모집 관련 민원 증가율(전 분기 대비)이 31.58%로 가장 높았다. ▲KB손해보험(+23.49%) ▲현대해상(+21.11%) ▲메리츠화재(+16.25%) ▲DB손해보험(+15%) 등에 비해 8~15% 가량 높은 수준이다. 보험모집 관련 민원은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이나 분쟁을 포함하며 보험 외 금융상품 영업 관련 민원도 함께 집계된다.
삼성화재 설계사로부터 삼성카드 가입을 요구받은 적 있다는 직장인 김형민 씨(30·남·가명)는 "보험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카드 발급까지 권유받게 돼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특히 필요하지도 않은 카드설명을 듣다 보니 정작 중요한 보험 상품 관련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엄밀히 따지면 삼성카드와 삼성화재는 다른 회사인데 왜 한 고객에게 두 회사 제품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부수업무 강요와 근로자들의 업무강도 상승, 이에 따른 소비자 민원 증가는 결국 더욱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부정적 인식이 쌓이다 보면 결국 브랜드 이미지 타격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민원이 많다는 것은 이재명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인 '상생금융'과도 어긋나 있어 소위 말하는 '미운 털'이 박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설계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보험 상담보다 카드 모집 실적에 치중하면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해 불완전판매가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로 상생금융을 표방하는 이재명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현행 보험업법 제 85조의3 제 1항 제5호는 보험사가 보험설계사에게 위탁계약서에서 정한 위탁업무 외의 업무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삼성화재에서 진행되는 삼성카드의 영업은 보험설계사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본업 경쟁력을 훼손시켜 결국 그 피해가 보험계약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불공정 영업 관행의 문제점을 따지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과 관련 삼성화재 관계자는 "의원실에 발표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회사의 공식 입장을 아직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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