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전기차 보급, 태양광 발전 확대 등으로 사용 후 배터리 처리 문제가 산업계 중대 과제로 부상했다.
자원순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대응 등이 얽힌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전–후처리 기술 상용화, 수거 인프라 확보, 경제성 입증 등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다양한 전략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선순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자원 선순환 체계(Closed Loop) 전략을 앞세워 사용 불가능 배터리와 생산 스크랩을 전처리해 핵심 금속을 회수, 이를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순환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일본 도요타통상과 합작, 연간 1만3500톤 규모 블랙파우더 전처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유럽에선 프랑스 DBG와 연 2만톤 규모 스크랩 처리 설비를 추진 중이다.
SK온은 에코프로와 협업을 통해 순환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이 에코프로씨엔지로 공급되고 이를 정제한 양극재는 다시 SKBA에 납품되는 방식이다.
양사는 2029년까지 월 200톤 규모의 블랙파우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천안·울산 사업장을 중심으로 생산 스크랩 회수 및 재투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자사 리사이클 연구조직을 통해 회수 효율 향상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ESG 보고서를 통해 폐기물 재활용률이 2022년 93%에서 2024년 95.2%로 상승했다고도 밝혔다. 또 일부 재활용 자원은 협력사를 통해 양극재로 전환돼 삼성SDI 셀 공정에 재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배터리 3사가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 확보에 적극 나서는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ESG 경영 일환이자 유럽과 미국에서 강화되는 ‘재활용 비율 의무화’ 등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이 크다.
EU는 전기차 배터리 내 재생원료 최소 사용 비율, 회수율 기준 등을 2027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이다.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자국 내 재활용 생산 비중을 따져 보조금 지급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산업 구조상 안정적 원료 확보와 환율·가격 리스크 대응을 위한 재활용 체계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차전지 소재 수입액이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자원 자립도를 높이는 대안이란 평가다.
반면 실질적 경제성과 상용화 가능성은 현재로선 회의적이다. 우선 폐배터리 공급량 자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통상 8~10년으로 대량 폐기 시점은 2030년 전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회수 대상 대부분은 공정 중 발생하는 스크랩인데 이 역시 양이 한정적이다.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전처리 과정에선 배터리를 완전 방전시키고 파쇄·선별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화재·폭발 위험이 있다.
후처리 단계에서는 블랙파우더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습식공정의 효율과 환경 비용, 건식공정 정제력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책적 불확실성도 변수다. 정부는 재생원료 인증제, 재활용 원료 의무 사용 비율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폐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선 보조금·인증제 지속 여부, 각 지자체 인허가 정책 변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배터리 3사 행보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아직은 수익 모델이 명확치 않지만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 배터리 여권 등 글로벌 규제 확산과 맞물릴 경우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소재 확보와 원가 경쟁력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은 단순한 자원 재사용아 아닌 K‑배터리 생존 전략이자 장기 경쟁력 가늠자”라며 “기업은 안전성과 수익성, 품질 신뢰도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R&D)과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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