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한 엄밀한 기록…신간 '먼지가 가라앉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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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한 엄밀한 기록…신간 '먼지가 가라앉은 뒤'

연합뉴스 2025-09-26 10:49: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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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추락 항공기 추락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재난(disaster)이란 단어는 디스(dis)와 애스트로(astro)의 합성어다. '나쁜 별들'이라는 뜻이다. 별들이 나쁜 위치에 정렬했을 때 불운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고대인의 믿음에서 유래했다. 천체가 잘못 배치되면 세상에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재난이란 단어에는 신들이 지배했던 시대의 세계관이 투영돼 있다.

인간의 시대는 조금 다르다. 지진이나 홍수, 가뭄 등 천재지변도 있지만 항공기 사고, 테러, 전쟁, 화재 등 많은 재난이 인간의 손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부주의 탓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

복잡 미묘한 사건인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최초의 사망자로 확인된 사람은 신부였다. 그는 기도를 드리고자 현장으로 빨리 달려갔다가 세계무역센터에서 떨어진 건물 파편에 맞아 사망했다.

9.11 현장 9.11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재난 관리회사 케니언에 갓 입사한 루시 이스트호프는 시신 수습과 유류품, 유해 보관 등을 위해 그라운드제로 현장으로 급파됐다. 현장에서 사망자 명단을 확정하는 것도, 정치적 상황도, 현장 자체도 매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에 따르면 현장에는 정리되지 않은 시신과 유류품 그리고 안개 같은 짙은 먼지가 낮게 깔려 있었다. 훗날 그 먼지에는 아스베스토, 수은, 크롬, 아연을 비롯한 서른한가지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물질을 흡입하며 구조대원들이 수습한 유해는 2만2천구. 그러나 사망자 명단에 오른 40%의 시신 또는 유해 조각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한다. 유족의 40%는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실질적 물증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최근 출간된 '먼지가 가라앉은 뒤'(창비)는 영국의 재난 복구 전문가 루시 이스트호프가 쓴 에세이다. 저자는 전쟁, 테러, 핵사고, 전염병, 식량부족, 연료 부족, 열차 추돌, 비행기 추락, 화산 폭발과 지진해일, 팬데믹 등 다양한 재난 현장을 보여준다.

재난은 복잡하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반드시 운전자는 아니며, 항공기 추락 사건이 항상 조종사의 실수 때문에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큰 사고에 함몰돼 작은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시간에 쫓긴 나머지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곤 한다. 책은 사고 현장에 대한 냉정한 묘사이자 시행착오에 대한 엄밀한 기록이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재(人災)를 읽다 보면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박다솜 옮김. 36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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