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지키는 디저트를 기록하는 명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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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을 지키는 디저트를 기록하는 명품 브랜드

이슈메이커 2025-09-26 10:22:26 신고

3줄요약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기다림을 지키는 디저트를 기록하는 명품 브랜드

 

이정원 복담다 대표ⓒ 복담다
이정원 복담다 대표
ⓒ 복담다

 


 - 과장은 줄이고 책임은 더하다
 - 빠른 확장보다 삶의 기준을 지키는 길을 택하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음식조차도 빠른 효율만을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시간이 만든 정직한 맛’을 지켜내려는 한 여성이 있다. 작업대 위에서는 화려한 장식보다 담백한 정성이 우선되고, ‘더 많이’, ‘더 빨리’ 보다는 하나하나 손으로 빚으며 기다림의 가치를 되새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전통 과자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그녀의 선택은,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사회적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과 사람을 잇는 디저트를 통해 작은 가게의 의미를 넘어, 삶의 태도까지 보여주고 있는 이정원 복담다 대표의 이야기다. 이슈메이커가 그녀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담아보았다.

복담다의 대표작인 ‘조양문 약과’는 홍성의 상징인 조양문을 형상화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낸 디저트로, 전통과 지역을 잇는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담다
복담다의 대표작인 ‘조양문 약과’는 홍성의 상징인 조양문을 형상화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낸 디저트로, 전통과 지역을 잇는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복담다

 

보자기에서 찾은 치유와 자기표현
이정원 대표의 시작은 사회복지사였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돕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삶의 무게가 달라졌다. 육아와 가정에 집중하는 전업주부의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챙기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사건이 그녀의 인생에 찾아왔다. 바로 유방암 진단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자신보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 눈에 먼저 밟혔다. 치료를 받으며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고, 몸과 마음은 함께 지쳐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녀는 삶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치료와 회복의 과정은 단순히 병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 뒤에 숨겨져 있던 개인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보자기였다. 유년 시절부터 전통과 색, 문양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였기에, 단순히 물건을 싸는 도구였던 보자기가 자신의 손끝에서 새로운 의미를 품기 시작하는 모습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색과 무늬를 고르고, 천을 접고 매만지는 순간마다 마음이 다독여지는 경험도 했다. 보자기는 그녀에게 치유이자 자기표현의 도구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매개가 된 것이다.


  이후 그녀는 1년여의 시간을 준비에 쏟았다. 무작정 시작하기보다, 기술을 익히고 의미를 곱씹으며 작은 시도부터 차근차근 다져갔다. 그렇게 준비 끝에 사업자를 내고 소소한 홈 클래스를 열었다. 집 안 작은 공간에서 몇 명이 모여 보자기를 함께 접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수업을 넘어 그녀가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창구로 여겨졌다. “저는 준비되지 않은 일을 쉽게 공개하지 않아요. 그래서 홈 클래스도 충분히 준비하고 시작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는 이정원 대표다.

이정원 대표는 보자기와 한식 디저트를 통해 전통의 깊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정직한 손길과 기다림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 복담다

 

삶의 두 번째 단추, 약과로 확장된 복담다
보자기를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찾기 시작한 이정원 대표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바로 한식 디저트, 그중에서도 약과였다. 처음 약과를 접했을 때 그녀는 단순히 전통 과자를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다림과 정직의 가치를 발견했다. 밀가루와 꿀, 기름이 만나고, 반죽이 숙성되며, 다시 기름에 튀겨지는 과정은 결코 단숨에 완성되지 않았다. 보자기를 접으며 느꼈던 손끝의 정성과 기다림이 약과에도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 순간, 보자기와 디저트라는 전혀 다른 분야가 그녀 안에서 한 줄기로 이어졌다.


  약과를 만듦에 있어 그녀는 전통의 재현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통 속에 담긴 맛을 지켜내되, 현대인의 입맛과 감각에 맞는 변화를 시도했다. 재료의 배합을 조정하고, 크기와 모양을 다양화하면서도 본질적인 맛과 정직한 과정을 놓치지 않았다. 한식 디저트의 가능성을 본 그녀는 약과를 평범한 간식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대하기 시작했고, 작은 틀 안에 정성과 철학을 담아내며 자신만의 색깔을 의미 있게 입혀내기 시작했다.


  이후 약과는 복담다의 대표 제품이 되었고, 브랜드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단순히 ‘맛있다’라는 평가를 넘어서, 수강생들과 고객들은 ‘정성이 담겼다’라는 말을 자주 남겼다. 그것은 제품이 가진 맛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 과정 전반에 흐르는 태도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라는 그녀의 원칙은 약과에서도 똑같이 지켜졌다. 서두르지 않고, 과정 하나하나를 기록하며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약과를 만들면서 깨달았어요. 보자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시간과 정성이 없으면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았거든요.”


  보자기가 그녀의 삶을 다시 세우는 첫 단추였다면, 약과는 그 삶을 사회와 연결하는 두 번째 단추였다. 그리고 두 개의 단추가 맞물리며, 복담다는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작은 수업부터 시작된 큰 울림
보자기를 통해 삶의 새로운 길을 찾은 이정원 대표는 한식 디저트를 만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이어갔다. 이는 단순히 전통 과자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다림과 정직의 가치를 지켜내는 과정이었다. 재료의 배합과 모양을 연구하며 현대적 감각을 더했지만, 본질은 놓치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녀는 지역성과 정체성을 담아낼 방법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조양문 약과’였다. 조양문은 홍성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장소이자 지역의 랜드마크이다. 그녀는 그 의미를 약과에 담아내며, 간식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로 만들고자 했다. 상품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는 디저트, 이것이 그녀가 추구하는 방향이었다.


  뿐만 아니라 클래스 운영도 여전히 그녀 활동의 중심에 있다. 집에서 시작한 홈 클래스와 소규모 원데이 클래스는 확장을 거듭하며 현재의 자리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모으는 대신 깊이 있는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수강생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이 느껴진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대신 성실하게 쌓아가는 방식이 그녀가 걸어가는 길을 단단히 지탱해 주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교실을 넘어 지역 사회와의 접점도 넓혀갔다. 외부 기관이나 단체에서 요청하는 출강 수업을 기꺼이 수락해 디저트 제작 과정을 알리고, 케이터링을 통해 행사와 모임에 복담다의 정서를 담아내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한 접시의 디저트가 전달하는 정성과 이야기는 현장에서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역 예술가들의 모임 ‘공예 인 아트’ 활동도 그녀가 놓치지 않는 부분이다. 공연과 전시, 재능 기부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민들과 교류했고, 이는 복담다가 개인의 브랜드를 넘어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 대표의 현재 활동은 크게 세 갈래로 요약된다. 지역성과 정체성을 담아낸 제품 개발, 성실한 클래스 운영, 그리고 외부 출강과 케이터링을 통한 교류 확장 및 봉사. 이 모든 활동은 빠른 성과를 좇기보다는 신뢰와 울림을 남기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그녀가 걸어온 오늘은, 복담다가 디저트 브랜드를 넘어 지역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로 자리 잡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정원 대표는 케이터링과 외부 출강을 통해 한식 디저트의 가치를 널리 전하며, ‘공예 인 아트’ 활동을 통해 봉사에도 힘쓰며 지역 사회와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가고 있다. 
ⓒ 복담다

 

효율보다 정직한 시간의 가치
복담다의 운영 방식은 시장에서 흔히 강조되는 ‘효율’과는 거리가 있다. 이정원 대표는 디저트 하나를 만들더라도 반드시 시간을 충분히 들인다. 약과 한 상자를 완성하기 위해 최소 나흘 이상의 시간을 할애한다. 반죽을 하고 숙성하는 단계마다 며칠씩 기다려야 하며, 마지막 건조와 포장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결코 서두를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 시간을 비효율로 보지만, 그녀에게는 복담다의 색깔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와 같은 고집은 재고를 두지 않는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제품도 만들어 두지 않는다. 미리 만들어 두면 편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변하거나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오히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문과 동시에 제작을 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고객에게 약속한 신선함과 정직함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열 수는 있지만, 생산 리듬이 흔들려 품질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성급한 양적 확장을 시도하기보다, 기존의 기준과 원칙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대표는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게 되면 무조건 주문과 동시에 열흘 이상을 잡아야 해요. 급하게 만들면 맛도 달라지고, 제 기준에서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 시간을 반드시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복담다의 운영 철학은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눈앞의 이익보다 시간을 견뎌낸 정직함을 지키는 것. 효율을 좇지 않는 이 고집은 그녀의 디저트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신뢰의 맛’으로 남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정원 대표의 정성스러운 손길에서 기다림과 정직을 삶의 가치로 삼는 고집스러운 삶의 태도가 전해진다.
ⓒ 복담다

 

좋은 엄마, 괜찮은 사람이라는 ‘목표’
이정원 대표는 복담다를 운영하는 일과 가정의 역할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미를 보태는 과정이라 여기며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자신의 삶과 일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도 그녀의 기준은 드러난다. 언젠가 딸아이가 ‘엄마는 벌써 다 이뤘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가게도 꾸려가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정을 지키며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모습이 이미 충분히 성취로 보였던 것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대표는 복담다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가치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 목표는 개인적인 바람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과 함께하는 브랜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그리고 정직하게 만들어낸 보자기와 한식 디저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모두가 그녀의 비전 속에 자리한다. 화려한 확장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안심을 주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가 사회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복담다의 디저트는 기다림과 정직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기에 교육과 경험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클래스와 출강, 케이터링 같은 활동이 단순한 부가 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느림의 가치와 정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는 복담다가 제 삶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엄마이자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제 바람이 브랜드 안에도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사업은 경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증명하는 장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정원 대표의 비전은 크고 거창한 계획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자리에서 성실함을 지켜내고, 그것을 일상과 지역 속에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복담다는 그녀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오늘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자,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남는 울림을 전하는 통로이다.

 

기자가 바라본 이정원 대표의 디저트는 단순히 먹는 즐거움이 아니라, 기다림과 정직이 전하는 신뢰를 품고 있다.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성실함이 지역과 사람을 잇는 울림으로 확장되듯, 그녀의 걸음은 앞으로도 차분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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