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CEO는’ 기업 CEO들이 어떤 비전으로 기업을 꾸려가고 있고 어떤 환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경영 위기를 타개해나가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토스뱅크 이은미 대표가 임기를 반년 남겨두고 있다. 그간 이 대표는 토스뱅크에 숙원이었던 흑자 기조를 안착시켰으며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겨가고 있다.
이 대표 지휘 아래 토스뱅크가 금융에 접목해 온 기술 혁신과 포용금융은 해외에서도 주목됐다. 여기엔 당장의 이익 창출보다 고객 혜택을 우선시하겠단 이 대표 철학이 담겨있다.
주택담보대출 출시와 펀드 판매업 진출 등을 통해 이 대표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선 이 대표는 연임에 먼저 성공해야 한다.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이 대표
토스뱅크를 첫 흑자전환으로 이끈 이 대표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아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홍민택 초대 행장에 이어 지난해 3월 28일 두 번째 대표로 선임됐다. 동시에 그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최초로 등장한 여성 행장이기도 하다. 임기는 내년 3월 31일까지로 경영승계절차는 이로부터 3개월 전인 올해 말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선임된 첫 해부터 토스뱅크를 흑자 전환으로 이끌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4억원 증가한 345억원을 기록하며 출범한 지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토스뱅크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 당기순익은 187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상반기 토스뱅크 순익은 전년 대비 64.9% 증가한 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대표 임기 동안 토스뱅크는 수익성뿐 아니라 건전성도 개선됐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분기를 기준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1.34%‧1.19%였으나 1년 뒤인 지난 1분기에는 각각 0.08%p‧0.21%p 개선된 1.26%‧0.98%로 집계됐다. 지난 상반기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전년 대비 88.26%p 증가한 287.83%였으며 연체율과 NPL비율은 전년 대비 0.07%p‧0.25%p 줄어든 1.20%‧0.98%를 기록했다.
1973년생인 이 대표는 삼일회계법인‧대우증권에 이어 10년 넘게 은행권에서 최고재무책임자를 수행한 금융전문가다. 또한 국내은행뿐 아니라 외국계은행에서도 오래 근무해 글로벌 금융에 대한 통찰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탠다드차타드‧도이치은행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서는 한국 재무관리부 부대표 및 아시아 태평양 상업은행 16개국 CFO를 역임했다. 토스뱅크 이전엔 대구은행에서 경영기획본부장(CFO‧CSO)을 맡았다.
세계도 주목하는 혁신성
토스뱅크는 고객을 관점으로 혁신금융을 이뤄왔다. 일례로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총 650만명에게 이자 혜택으로 6100억원을 제공했으며 국내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안심보상제’는 지난 4년간 총 41억원에 달하는 금융사기 피해에서 고객들을 구제했다. 전월세보증금대출에는 등기변동알림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적용하며 주거 안전성을 높였다.
이러한 혁신은 포용금융에서도 나타났다. 토스뱅크는 기존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던 신용회복자에게도 전월세보증금대출 문을 열었다. 광주은행과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공동 신용대출 모델 ‘함께대출’은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공급액 1조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가 보여온 혁신성에는 대내외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과 고객 편의를 강조한 이 대표 철학이 반영됐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은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된다”며 “공급자인 은행 입장에서 편한 운영이 아닌 고객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분야 중 하나는 AI기술이다. 토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분증 위‧변조 판별 기술에 대한 정확도는 99.5%이며 AI를 기반으로 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실시간으로 부정거래를 차단한다. 최근엔 금융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도입하며 상담 품질을 높이고 내부운영에 대한 효율성도 개선했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은 매달 5만 건이 넘는 법적 서류를 처리하는 데에 활용된다.
이에 토스뱅크는 세계적으로도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엔 국내 기업 최초로 ‘NextGen Tech 30’ 2025년 리스트에 선정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혁신 기술 은행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4월엔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은행’에도 3년 연속 국내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토스뱅크는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적극적인 협업‧지원 의사를 받았으며 BBC 스토리웍스 등과 공동기획한 포용‧혁신기업 다큐멘터리에 아시아 기업 가운데 최초로 참여하기도 했다.
비이자익‧주담대‧해외진출은 과업
토스뱅크는 여전히 적자 기조에 머무는 비이자익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이 대표가 흑자 전환에 이어 남은 과업도 청산할지 주목된다. 지난 상반기 수수료 비용을 제외한 비이자이익은 270억원 적자였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는 대부분의 수수료가 무료인 비용구조 특성상 이를 감내하며 적자폭을 줄여갈 계획이다. 은행 입장에선 적자이지만 고객 입장에선 혜택이 된다는 차원에서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지난 상반기 비이자익은 지난해 298억원 적자에서 28억원 개선됐다.
비이자익을 확대하기 위해 토스뱅크는 펀드 직접판매를 앞두고 시니어 사업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목표하고 있다. 내년 중으로 펀드판매 라이센스를 최종적으로 받게 되면 기존 WM(목돈굴리기) 플랫폼에서도 광고수익을 넘어 중개수수료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WM 관련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100만명에 달해 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받아 금융위원회 본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토스뱅크에 대한 중‧장기 전략 중 하나로 주담대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시기를 측정하긴 어렵지만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주담대는 한 번 나가면 30년 이상도 가기 때문에 훨씬 더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획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주담대는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덜한 특성상 효율적으로 자본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다만 현재 가계대출 규제 기조가 강해 업계는 토스뱅크가 성장속도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주담대를 도입할 거라 보고 있다.
해외진출도 이 대표가 중심을 잡고 진행하는 분야라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이 대표는 금융 허브라 불리는 홍콩‧싱가폴 은행권에서 일한 경력을 토대로 글로벌 금융시장 생태계, 환경, 규제프레임 등에 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국내 은행이 진출하는 국가는 주로 동남아에 국한된 반면 토스뱅크가 선진국 시장까지도 나설 수 있는 데엔 이 대표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토스뱅크는 현재 지점 설립이나 지분 인수 외에도 기술 수출 등 해외 진출에서도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사업 방향성을 잡고 그에 따른 인재와 자원들을 적시에 투입하고 구성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지난 1년간 내부적으로 변화가 많았다”라며 “내부적 역량에 대한 변화를 추구해 오면서 은행사업 라이센스든 상품 준비든 시간이 걸리다 보니 내년 정도 되면 많은 것들이 또 점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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