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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007~2012년 프랑스를 이끈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 자금으로 대선 자금을 조달하려 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전후 프랑스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실제 수감되는 사례다.
25일(현지시간) 파리 법원은 사르코지가 2007년 대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측근들을 통해 리비아 측과 접촉하도록 방조한 사실을 인정, 범죄적 공모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르코지가 무아마르 카다피와 직접 거래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리비아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그의 선거자금이 됐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자금 흐름이 “매우 불투명”하고 시기적으로 “부합하다”고 지적했다.
뇌물수수와 불법 선거자금 수수 등 다른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 직후 형이 즉각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사르코지는 오는 10월 중 교정 당국에 소환돼 수감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수감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사법제도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파리의 ‘라 상테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곳은 과거 좌파 무장 세력 ‘칼로스 더 자칼’이나 마누엘 노리에가 전 파나마 독재자도 수감됐던 곳이다.
사르코지는 선고 직후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판결을 “스캔들”이라고 규정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브뤼노 르따이요 내무장관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은 사르코지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좌파 진영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제정의 단체 셰르파의 변호사 뱅상 브렝가르트는 “독립적인 사법체제가 용기 있게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시민들 역시 “전직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의견과 “정치적 보복에 불과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사르코지는 이미 2012년 대선 불법 자금 사용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프랑스 최고법원은 뇌물수수 및 영향력 행사 혐의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고 1년간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지난해 항소법원은 2012년 재선 실패 당시의 불법 선거자금 사용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10월 프랑스 최고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같은 굴욕에도 사르코지는 여전히 정치권 내 영향력을 유지하며, 최근에는 제자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와 회동하고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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