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건강]간호사의 시선으로 본 비만수술 그 이후

[오지혜 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전담간호사] 비만수술은 흔히 “살을 빼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것이 단지 체중 감량을 위한 수술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무호흡, 관절질환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삶의 질을 회복하고자 선택하는 치료의 시작점이다.

이 수술이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출발선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도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매일 현장에서 느낀다.

◇ 같은 수술, 전혀 다른 두 사람

몇 달 전, 40대 중반의 남성 환자분이 병동에 입원하셨다. 당뇨와 고혈압, 수면무호흡, 고지혈증, 관절통까지 복합적인 질병을 안고 있던 분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다이어트, 약물치료, 운동을 반복했지만 체중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생활은 점점 더 제약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분은 수술을 ‘마지막 선택’이라 말했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에 얼마나 깊은 고민과 준비가 있었는지 간호사로서 곧 알 수 있었다.

수술 전 교육을 꼼꼼히 듣고, 병동 생활도 성실하게 따르며, 수술 후에도 철저히 영양관리와 운동을 병행했다. 6개월 뒤 외래에서 다시 만난 그는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들어섰고, 당뇨약과 혈압약은 대부분 줄였으며, 무거운 숨소리 대신 밝은 웃음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제 숨쉬는 게 다릅니다.”

짧은 그 말이 간호사인 제 마음에도 오래 남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한 환자분은 수술 전날 금식이 너무 힘들다며 식사를 요구하셨고,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퇴원하셨다. 그 결정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분이 겪었을 수많은 고민과 반복된 실패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더 안타까웠던 건, 수술 다음날 커튼을 치고 조용히 간식을 드시던 환자였다. 곤약 쫀드기, 우유, 빵… 몸은 수술을 마쳤지만, 마음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그 장면은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

위소매절제술이나 루와이 위우회술과 같은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히 위장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식습관, 생활습관,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꿔야 효과가 지속된다. 그래서 ‘비만수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후에도 영양교육, 정기 외래, 운동 습관 등 지속적인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처음의 결심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환자 스스로의 태도, 그리고 의료진과의 신뢰와 협력. 그 두 가지가 함께할 때, 수술의 결과는 비로소 ‘변화’로 완성된다.

◇ 간호사로서 바라본 변화

간호사로서 그 변화의 첫날부터 함께한다. 같은 수술을 받고도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단순히 약을 챙기고 상처를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환자의 마음을 돌보고, 지지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더 깊이 배우고, 더 따뜻하게 성장하고 있다.

비만수술은 의지가 약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고통을 감내해온 이들이 자기 인생을 바꾸기 위해 내리는 용기 있는 결정이다. 그 선택이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성공적인 치료로 이어지도록,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