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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모 공단 직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부산 모 공단에서 근무하던 중 다른 팀 직원 B씨가 초과근무수당을 부정수급했다고 판단해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2019년 4월 공단에서 발송한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변경완료 알림’을 통해 B씨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이후 2021년 1월 B씨의 동의 없이 이 정보들을 고발장에 기재해 경찰서에 제출했다.
검찰은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인 공단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은 건강검진 대상자 변경사항 확인에 있을 뿐 고발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형사고발장 작성시 피고발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등을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름만 기재해도 추후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피고발인을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는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보이지 않고, 긴급하거나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하며 “수사기관 고발이 공익적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 이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은 “형사소송법 제234조나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6조가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A씨가 B씨의 개인정보를 알게 된 경위가 정당했다고 봤다. 공단이 A씨를 공람자로 지정한 일반적인 공문 열람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다.
대법원은 또 수사기관에 고발할 때 피고발인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수사에 필요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고발을 받은 경찰은 어차피 해당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수사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A씨가 고발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해도 B씨에게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해당 개인정보를 수사 목적 이외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같은 이유로 “원심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잘못 이해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누구에게 제출하는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인지, 정보 주체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에 고발할 때 피고발인을 특정하기 위한 개인정보 기재가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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