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신달자(1943~ )
내가 건너온 강이 손등 위에 다 모여 있다
무겁다는 말도 없이 손은 잘 받아 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꽤 수척해 있다
툭툭 튀어나온 강줄기가 순조롭지 않았는지
억세게 고단하게 보인다
허겁지겁 건너오느라 강의 성도 이름도 몰라
우두커니 쳐다보기만 하는데
뭐 이름을 알아 무엇하냐며 손사래를 치는 것인지
퍼런 심줄 줄기가 거칠게 겉늙어 보인다
그 강의 이름을 그냥 끈이라 하자
날 놓지 못하고 기어이 내 손등까지 따라와
소리 없이 내가 건넌 세월의 줄을 홀쳐매고 있으니
자잘한 잔물결이 손등 전체에 퍼져
내가 아무리 떨쳐버리려 해도 세월의 주름은 더 깊게
내 손을 부여잡고 있다
그 세월 손아귀 힘이 장난 아니어서 아예
잠 못 드는 밤 팔베개를 하고 그 강줄기들과 함께 흐르려 한다
*신달자(1943~ )는 경남 거창 출신으로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 《여상》 여류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신달자 시인은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등단했지만 대학원 진학과 결혼 등의 이유로 시와 멀어졌다가 삼십대가 된 1973년에 첫 시집 『봉헌문자』를 발표하면서 본격적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열애』, 『종이』, 『북촌』 등 다수의 시집이 펴냈다.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서정시문학상, 만해대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평택대 국문과 교수,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정호승 시인은 신달자 시인을 “소담한 눈꽃의 언어로 삶을 그려내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김종휘 '향리'(1999년). 캔버스에 유채, 130.3x97cm. ‘가회 60+ 김종휘 아카이브’ 소장
김종휘(1928∼2001)는 경북 경주 출생으로 유년 시절 부친을 따라 함경남도 신흥군 원평면 풍서리에서 잠시 살았다. 경주가 그의 고향이라면 풍서리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그는 서양화와 동양화의 표현 방식을 넘나들며, 자연과 고향이라는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1980년대 이후 〈향리〉 연작을 내놓았다. 적갈색, 황갈색, 청록색을 중심으로 빠른 필치와 담백한 질감 표현으로 한국의 자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시, 이진섭 작곡 / 노래 박인희, 나애심
명동 신사’로 불렸던 시인 박인환(1926~1956)이 1956년 3월초 명동의 한 술집에서 쓴 시에 작곡가 이진섭(1922~1983)이 곡을 붙여 가수 나애심(1930~2017)이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같은 해에 가수 나애심이 최초로 녹음했다. 그 후 박인희를 비롯한 많은 가수가 불렀다. 시인 박인환은 이 시를 쓴 이후 약 일주일 만인 3월 20일 3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작곡가 이진섭은 언론인·극작가로 주로 활동한 인물이다.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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