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배려란 단어만 들으면 두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에피소드 하나. 1960년 한국을 방문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펄벅여사를 조선일보의 대표적 칼럼리스트였던, 당시는 입사 2년차 풋내기 문화부 기자인 이규태씨가 동행 취재를 합니다. 경주 여행 중 차안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던 펄벅 여사가 감나무 끝에 달려 있는 10여개의 따지 않은 감을 보고는 문득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물었지요. 이 고문이 “까치밥이라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하자 “바로 그것이야, 내가 한국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고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펄벅여사는 한번 더 감동을 느낍니다. 소가 힘들까봐 달구지를 타지 않고 지게에 볏단을 짊어진 농부가 소달구지 곁에서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1963년 출간한 펄벅의 '살아 있는 갈대(The Living Reed)' 첫머리에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극찬한 것은 날짐승과 소까지 배려하는 한국인의 심성을 보았던 것입니다.
에피소드 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중국의 고위 관리와의 만찬 석상에서 손을 닦으라고 나온 핑거볼을 중국 관리가 마시자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자신도 따라 마셨지요. 상대방을 배려한 여왕의 모습은 품격과 매너를 모두 보여 준 상징적인 일화입니다.
배려란 무엇일까요? 스티븐 스틸버그는 어린 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왕따와 놀림을 당합니다. 그 아픈 경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힘의 밑거름되고, 다른 감독에 비해 스태프로부터 많은 것을 끌어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오늘은 배려를 제 방식으로 분해해서 해석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배(配)는 나눈다는 뜻 뿐만 아니라 배우자(配偶者)의 배(配)로 여성을 의미하고 우(偶)는 배의 짝인 남성을 뜻합니다. 따라서 배는 어머니의 마음을 나눠 준다고 할 수 있겠지요.저녁때 밥을 담은 그릇을 깨끗한 면수건으로 서너번 감싼 뒤 장롱 이불 속이나 따뜻한 아랫목에 깊숙이 묻어 두고 늦게 들어오는 자식을 챙깁니다. 자식이 식사를 하고 오든 아니든 그것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내 새끼가 밖에 나가 밥은 굶지는 않나 하는 자식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과 마음 씀씀이입니다.
려(慮)는 호랑이 호(虎)와 생각 사(思)로 분해됩니다.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처럼 '다급하게 생각하라'는 뜻의 글자입니다. 배려를 다시 묶어 생각하면 어머니의 마음을 갖고 생활하려 노력하되,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처럼 다급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배려의 바탕을 만드는 사람이 리더입니다. 자신을 낮추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낮은 자리에 놓아 두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치입니다.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잘 하는데, 식당 종업원이나 제3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배려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사회는 경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배려로 유지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배려를 잃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 혼자 몸만 쏙 빠져 나가는 얌체짓 보다 다음 사람을 생각하여 문을 잡아 주는 행위는 배려의 작은 사례입니다. 크든 작든 남에 대한 배려를 소리없이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건강해지고 살만한 터전이 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철학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발전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철환씨는 "당신의 재능은 사람들 머리 속에 기억되지만, 당신의 배려와 인간적인 여백은 사람들 가슴 속에 기억된다. 가슴으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당신 편이다." 라고 말합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특히 비지니스에서는 물질적인 이익 외에 마음으로 기억될 만한 배려와 존중을 받았을 때 당신은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 아주 작은 배려 하나를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사회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 돕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당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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