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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으로 55세인 최경주는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이전에는 환갑까지만 선수 생활을 하겠다고 했지만, 생각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전남 완도에서 골프를 시작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했고, PGA 투어 한국인 첫 승에 최다승(8승)까지 이뤘다.
현재는 아들뻘인 선수들과 경쟁을 즐긴다. 지난해 5월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에서 만 54세에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7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PGA 시니어투어에서 메이저 더 시니어 오픈까지 제패하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렸다.
◇수술 후 몸 관리 중요성 절감…매일 스쾃 120개씩
50대의 나이에도 동력을 잃지 않는 비결로 최경주는 ‘철저한 몸 관리’를 꼽는다. 그는 갑상샘 종양이 발견돼 2018년 8월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몸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관리한다. 6년 넘게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으며, 콜라, 사이다 등 탄산 음료를 끊은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매일 아침 하체 근육 단련을 위해 150번씩 팔굽혀펴기, 스쾃 운동을 한다. 대회 기간에도 빼놓지 않고 한다.
최경주에게 50대에도 절제하는 삶을 살면서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골프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다. 특히 꿈나무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2008년부터 ‘최경주 재단’을 운영하면서 꿈나무들에게 ‘오래 활동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내가 일찍 은퇴하면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껄껄 웃었다.
최경주는 이날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 5000만 원) 1라운드 티오프를 앞두고 30분 전부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 연습을 하며 몸을 풀었다. 드라이버부터 벙커 샷까지 모든 클럽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지난 22일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바로 귀국해 시차 적응도 덜 됐지만, 퍼트와 칩 샷까지 세심하게 테스트했다.
1번홀(파4)에선 최경주답지 않은 티샷이 나왔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보기를 적어냈다. 그러나 2번홀(파4) 위기 상황을 파로 막아내고 3번홀(파3)에서도 자칫 스리 퍼트가 나올 수도 있는 11m의 먼 거리 퍼트를 남기고 파를 기록하면서 페이스를 찾았다.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치고 60위권으로 경기를 마친 최경주는 “경기 초반 꽤 무거워진 그린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했고 몇 차례 실수가 나왔지만, 이틀 전에 귀국해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적”이라면서 “아직 사흘이 남았다. 내일은 언더파를 쳐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암 없애고 ‘선수 위한’ 대회 만들어
이 대회는 ‘선수를 위한’ 무대로 꾸며진다. 주최사가 출전 선수 전원(126명)의 참가비를 직접 부담하고, 2018년부터는 국내 대회에서 유일하게 별도 상금 예비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회 총상금은 1위부터 60위 선수까지 차등 분배되고, 별도 준비된 예비비 4500만 원을 컷 통과 선수 중 61위 이하 선수들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식이다.
또 메인 후원사와 관계사 VIP들과 출전 선수들이 함께 라운드를 하는 프로암을 없애고 대회 코스에서 공식 연습일만 이틀 동안 진행했다. 출전 선수들을 위해 상품권과 마사지기, 영양제, 화장품 등을 개인 라커룸에 넣어두기도 했다. 코스 역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도록 세팅해 달라고 ‘호스트’ 최경주가 주문했다.
최경주는 올해로 14회째 맞은 이 대회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처음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출전했을 때 호스트인 잭 니클라우스가 모든 선수에게 직접 환영 인사를 하고 정성스러운 선물을 주는 걸 보고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깊은 울림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디펜딩 챔피언 이수민은 “화, 수요일에 전담 캐디가 백을 메고 자유롭게 연습하면서 코스를 파악하는 건 어떤 대회에서도 경험하지 못 하는 일”이라면서 “코스 세팅도 메이저 대회처럼 잘 친 샷과 못 친 샷이 확실히 구분된다. 이런 코스에서 경기를 많이 한다면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최경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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