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올해 국정감사는 건설사들의 수난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이어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국내 주요 건설사 대표들을 증인 후보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 7월 안호영 환노위원장이 공사 현장을 방문해 긴급 점검에 나섰던 포스코이앤씨는 물론 현대엔지니어링이 후보 목록에서 우선 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기자가 만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산재를 일으킨 기업들이 출석하는 배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를 염두에 둔 방(의원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간사 의원실에서 증인 후보에 관한 발설을 하지 말라는 이른바 ‘함구령’이 내려진 터라, 각 의원실마다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의 국감장 출석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증인 후보 목록에 주 대표의 이름을 올리고 국감장 출석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만 6명의 사상자를 냈다. 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건설공사 제9공구 현장에서 거더(교량 기둥 사이에 슬래브를 얹기 위해 놓는 보) 붕괴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어 3월엔 경기도 평택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같은 달 25일엔 충남 아산시의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50대 남성 근로자가 외벽 작업 중 사망했다.
이와 관련 주 대표는 지난 3월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당시 주 대표는 산재 사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현대엔지니어링은 대표를 불러 안전사고와 예방에 대해 질의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대표에 대한 증인 신청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외에 DL(DL이앤씨·DL건설)과 대우건설도 증인 후보 대상이다. 거듭된 산재 사고로 이미 국감장에 불려나온 경험이 있는 건설사에 대해선 가중치를 두겠다는 게 민주당 소속 한 의원실의 발언이다.
DL이앤씨는 마창민 대표가 환노위 국감 증인으로 2022년, 2023년 2년 연속 소환돼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올해 증인 신청 가능성을 높인 것은 지난달 8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 사고다. 아파트 시공을 맡은 회사가 바로 DL이앤씨의 자회사 DL건설이다.
대우건설은 2021년 김형 전 대표, 2022년 백전완 전 대표가 증인으로 신청된 바 있다. 올해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선 이달에만 두 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울산 플랜트 터미널 건설공사 현장과 9일 경기 시흥 주택 건설 현장에서 각각 근로자 1명이 숨졌다.
환노위 증인 채택은 내달 초까지 진행되는 전체회의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소속 의원들 간 의견 교류는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향후 전체회의에서 증인 채택 안건이 의결되더라도 실제 증인 출석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소속 의원들이 검증을 벼르고 있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이자 당 산재예방TF 단장을 맡고 있는 김주영 의원은 지난 7월 포스코이앤씨 산재 현장 방문 당시를 회상하며 “안전 수칙을 잘 지키고 안전 인식이 잡혀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다. 이번 국감에서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안전 문화 확산과 산재 예방을 준비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환노위원장은 “산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정책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면서 환노위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대표의 증인 출석과 관련 “여야 간사들이 협의해야 될 부분이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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