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말하니 ‘EB 발행’으로 답한 KCC[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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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말하니 ‘EB 발행’으로 답한 KCC[기자수첩]

이데일리 2025-09-25 16:26: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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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자사주 소각하라니까 꼼수 부리는 기업”, “코스피 5000시대에 역행하는 행위”….

지난 24일 KCC가 자사주 활용 방안을 공시한 직후, 종목토론방에 쏟아진 투자자 반응이다. 주주환원 흐름과 전면 배치되는 기업 행태에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KCC는 전체 발행주식의 17.24%에 달하는 자사주 가운데 단 3.9%만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9.9%는 교환사채(EB) 발행에, 3.4%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시장에 이를 다시 풀어낼 구멍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자사주는 소각될 때 비로소 주주가치로 돌아간다. 유통주식 수가 줄면 주당가치와 이익(EPS)이 올라가고, 기존 주주는 이익을 본다. 반대로 EB 발행은 시장에 유통주식을 늘려 희석 효과를 가져온다.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자본시장의 숙제와도 정면 충돌하는 조치다.

당장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KCC가 수익성이 낮은 삼성물산 지분(지분율 10.01%)을 쥐고 있으면서도 자사주를 EB로 내놓은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삼성물산 지분을 기초로 EB를 설계할 수도 있었지만, 자기주식부터 활용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KCC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상장사 10곳이 자사주 활용 EB 발행을 공시했다.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말하는 순간에도,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피하려는 ‘막차 EB’ 발행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은 신뢰 위에서 성장한다.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업들이 먼저 주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할 때, 한국 증시에 붙은 낡은 할인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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