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과 다르다"…李대통령이 美에 호소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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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과 다르다"…李대통령이 美에 호소한 배경은

이데일리 2025-09-25 16:13: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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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김상윤 특파원]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입국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미국 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며 이같이 강조했다. 22일에는 미국 상·하원 외무위원들, 23일에는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 24일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경제 규모, 외환시장 구조, 통화 체계 등이 다르다”면서 “경제적·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필요조건’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시했다.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투자 방식에 대한 한미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의 접견 내용을 전하며 “이번 회담이 협상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투자 논의와 함께 한국의 경제·외환 안정 필요성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현금 요구, 외환시장 충격 우려”

한미 간 가장 큰 입장차는 3500억 달러 투자의 형태다. 미국은 이미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에 서명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미국 내 직접투자(FDI)’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내 자산이 달러 형태로 전환돼 미국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국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기준 4113억달러 수준이다.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외환보유고의 85%를 송금해야 한다. 한국 원화의 국제 거래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외환위기까지 우려될 수 있다. 이 액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 대통령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통화스와프다. 김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먼저 스와프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캐시플로우’를 감당하려면 무제한 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는 반복된 메시지

이 대통령은 지속해서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앞서 미국과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맺었지만, 상당 부분에서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자 결정권은 미국 측에 부여돼 있고, 손실은 일본이 부담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투자처를 결정하는 투자위원회 구성도 전원 미국 인사다. 수익 배분도 초기에는 5대5지만,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가져가는 구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고, 기축통화국이라 외환 완충력이 있지만, 한국은 그럴 여유가 없다”며 “한국에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설령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FDI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재정 건전성과 국민 부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일본 정부도 같은 이유로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협상은 국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감당 가능한 조건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일본에 이어 아르헨티나…계속되는 美의 압박

같은 날 미국은 수차례 국가 부도를 경험한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주요국과의 공조 없이, 미국이 단독으로 나선 이례적인 조치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표시 국채 매입도 검토 중이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표명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허탈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질적 안보 동맹국임에도, 국내·정치적 이유로 배제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단 5개 국가와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다.

정부는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까지 협상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어렵다”면서 “양측 모두 입장을 조정 중이며,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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