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식품업계가 유럽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고 현지 공장과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시장은 트럼프 정부 시절 관세 장벽 등으로 제동이 걸린 만큼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잠재력이 큰 유럽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최근 영국 런던을 찾아 유럽 사업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 거점인 미국에 이어 성장 잠재력이 큰 유럽시장에서 신성장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유럽 K-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전역에 공급하고, 이후 ‘비비고 치킨’ 생산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다. 헝가리를 교두보로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과 발칸반도까지 진출해 사업 대형화를 꾀한다.
그동안 CJ그룹은 유럽 지역에서 식품 사업을 기점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2018년 독일에 식품 법인을 설립하고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해 만두 등 글로벌전략제품(GSP) 성장을 본격화했다. 2022년 영국, 2024년 프랑스·헝가리에 잇따라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 기반을 넓혔다.
최근 유럽 지역에선 ‘헬스 앤 웰니스’ 니즈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K푸드 진입 기회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특히 영국은 국내 대비 3배 규모 식품 시장을 갖추고 있으며, 레디밀 시장이 발달했고 타 문화권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 K푸드 유럽 확산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라면업계도 유럽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농심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 ‘농심 유럽’을 설립해 현지 유통망을 넓혔다. 유럽 내 신라면 등 주요제품 판매 확대 및 현지 기호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한다. 2030년까지 유럽지역 매출을 4배로 키운다는 목표다.
농심은 해외시장 몸집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6847억 원으로 전체의 38.9%를 차지하며, 글로벌 매출 비중 40%를 향해 가고 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7월 암스테르담에 판매 법인을 세우고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유럽 고객 잡기에 나섰다.
풀무원 역시 암스테르담에 영업 사무소를 열고 올해 하반기 유럽 내 판매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여기에 빙그레,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남양유업, 오뚜기, 팔도, 샘표식품 등 주요 기업들도 다음 달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에 대거 참가해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업계가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뚜렷하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한류 수용도가 높아 K-푸드 확산에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관세 등 외부 변수로 시장 환경이 불안정해졌다”며 “유럽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K-푸드 확산에 최적지로 꼽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앞으로 유럽 거점을 확보한 기업들이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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