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통한 경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충성하는 자에게는 보상, 비판자에는 벌을 내리는 또 다른 사례”라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4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흔들리는 자유 시장 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제공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밀레이는 트럼프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트럼프와 비슷하게 기존 기득권 정치 세력에 맞서 수십 년간의 경제 정책을 뒤집고 종종 정적들을 모욕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의 자유 시장 개혁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중요한 미국의 동맹국이 흔들리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르헨티나의 달러 국채를 매수하고 재무부의 외환 안정 기금을 통해 신용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베선트 장관이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 전해진 뒤 페소화는 달러 대비 2% 이상 강세를 보였고, 메르발 주가 지수도 1.5% 상승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한 지원에 대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지역인 라틴 아메리카의 중요성을 미국 외교 정책에서 새롭게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음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브라질에는 50% 관세를 부과했다.
콜롬비아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정책을 비판한 뒤 5억 달러(약 7000억 원) 상당의 마약 밀매 퇴치 예산 지원 중단 위협이 제기됐다.
WSJ은 베선트 장관이 제시한 재정적 구명줄은 미국 정책의 일탈을 의미하며 다른 나라의 선거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개입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인기없는 긴축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밀레이 대통령이 속한 정당은 다음달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직 국무부 고위 관리이자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인 에릭 판스워스는 “미국이 우호적인 지도자와 비우호적인 지도자를 대하는 방식이 극명하게 대조된다”며 “우호적인 것의 정의가 과거처럼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와 스와프 라인을 구축하거나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아르헨티나가 페소를 매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달러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하며 통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
밀레이 정부 집권 2년의 가장 큰 업적은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2023년 12월 약 26%였던 물가상승률은 8월 1.9%로 떨어졌다.
밀레이 정부는 이달 초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선거에서 좌파 야당에게 예상보다 큰 패배를 당한 후 재정적 혼란에 시달려 왔다.
이번 선거는 10월 중간선거의 전조전으로 밀레이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졌다.
정치 분석가 세르히오 베렌슈타인은 미국의 밀레이 지지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며 중간선거를 대비해 쇄신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는 195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3차례 구제금융을 받아 IMF의 최대 채무국이다. 4월에도 200억 달러 규모의 최신 구제금융 패키지에 서명했다.
이는 2018년 금융 위기 이후 IMF로부터 받은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더해진 것이다.
분석가들과 투자자들은 미 행정부의 아르헨티나 지원이 일방적인 성격을 띠고 성향이 같은 정부에 대한 명시적인 정치적 지지를 표명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의 미국 경제 개입은 IMF와 협력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가 세계 중앙은행들과 협력하여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독일 알리안츠의 계열사이자 아르헨티나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핌코의 신흥시장 책임자 인 프라몰 다완은 “미 행정부가 이런 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본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면서 겪는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완은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를 지원하거나 적대자를 처벌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점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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