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장자가 '도난품' 소식에 기증…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보존처리
(양평=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도둑맞은 후 일본으로 유출됐던 대구 달성군 용연사 불화 2점이 2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998년 도난당한 용연사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를 일본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아 지난달 국내로 반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불화는 현재 경기 양평 소재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 보관돼 있으며 이날 취재진에 공개됐다.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불화이다. 삼장보살도는 하늘 세계를 주재하는 천장보살, 지상 세계를 주재하는 지지보살, 지하 명부 세계를 주재하는 지장보살 등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되찾은 영산회상도는 설잠(雪岑)스님이 몇몇 승려와 함께 협업해 1731년에 그린 것이다. 그가 수화승(首畵僧)으로서 그린 불화가 확인된 것은 용연사 영산회산도가 처음이라고 조계종은 설명했다. 보조 화승으로는 통도사, 직지사, 미황사 등지에서 활동했던 포근스님, 세관스님, 설심스님 등이 참여했다. 조선 전기의 학자이며 나중에 승려가 된 김시습(1435∼1493)의 법호는 '설잠'이지만 영산회상도를 그린 설잠스님은 별개의 인물이다.
용연사 영산회상도를 그릴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지원한 시주자 중 한명은 빈궁 조씨(1716∼1751)로 확인됐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영조의 장남 효장세자의 부인인 빈궁 조씨는 효장세자의 삼년상을 마치고 몇 달 지난 뒤에 시주했다. 용연사 영산회상도는 그가 사찰 불사를 후원한 것이 확인된 유일한 사례다.
삼장보살도는 1744년에 수탄스님 등이 조성했다. 형식과 화풍에서 의균스님의 제자인 체준스님 등이 조성한 동화사 삼장보살도를 계승하면서, 천장보살의 표현에 변화를 주고 권속을 풍부하게 나타내어 구성과 표현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조계종은 이번에 회수한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가 국가 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두 불화는 1998년 9월 말∼10월 초 용연사에 침입한 절도범이 그림을 고정하는 상·하단의 나무 봉 부위를 잘라내고 훔쳐 가면서 장기간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상태였다.
이후 조계종은 두 불화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공지하고 있었는데 이 정보를 접한 일본의 소장자가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올해 3월 표명하면서 환수의 길이 열렸다.
그는 불화를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성보(聖寶)이며 한국 문화유산인 점을 고려할 때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은 불화 전문가를 일본으로 보내 불화를 직접 확인하고 진품이라고 판단한 뒤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아 최근 통관 절차를 마쳤다.
용연사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는 도난 과정에서 훼손됐고, 개인이 보관했기 때문에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보존 처리를 거치게 될 전망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이날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열린 환수 불화 공개 행사에서 "기증자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불화가 도난품임을 인지하고, 원 봉안처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의의 마음을 내어 이루어진 기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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