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이 예상대로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증권가는 이번 유상증자가 신용등급 하락 방어 등 단기적인 불확실성 해소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영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주 발행에 따른 주당 가치 희석률이 30%를 웃돌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 한온시스템은 이사회를 열고 총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안을 의결했다.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이며, 신주 발행 주식 수는 3억4700만주로 증자 비율은 51%에 달한다.
신주 발행 예정가는 2590원으로, 지난 23일 종가 대비 약 15% 할인된 수준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 8000억원, 운영자금 512억원, 시설자금 488억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2대주주인 한앤코PE는 보유 중인 21.63%(2분기 기준) 지분에 대해 2027년 1월 주당 52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이번 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는 이틀 연속 3% 넘게 하락하며, 전날(24일) 3075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한 조치인 만큼, 향후 실적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회복되지 못한 배경에는 시장이 실적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추가 구조조정 비용, 자동차 부품 및 알루미늄 대미 수출 품목관세 장기화 등 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500원에서 33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열관리시스템을 성장축으로 내세웠지만, 테슬라나 중국 스마트카 업체와의 수주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수주의 질적 개선이 필요한데도 이번 유증 자금 대부분이 차입금 상환(17% 축소)에 쓰이는 만큼 영업 경쟁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가운데 핵심 고객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3000원으로 낮췄다.
한온시스템은 BEV(배터리 전기자동차) 수요 예측 실패로 유럽·미국계 고객사 프로젝트에 대한 과도한 설비 투자가 이어지며 2020년부터 부채비율이 200%대로 급증했다.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은 현재 3조9000억원으로, 재무구조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순차입금이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자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온시스템의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은 0.85에 불과하며, 이번 차입금 상환을 반영하더라도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이 수치가 3년 연속 1을 밑돌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사이클과 글로벌 구조조정 비용까지 겹치며 한온시스템은 2년 연속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급한 불은 껐지만 오버행 해소와 영업이익률 5% 진입 시점이 2028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개선을 지켜봐야 하는 구간"이라며 "밸류에이션 기준연도를 2027년으로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33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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