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토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토를 찾은 일본 학생 수는 75만명으로 전년 81만명 대비 7.4% 감소했다. 일본인들에겐 ‘통과 의례’와 같은 교토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학교가 늘어난 영향이다. 교토는 한국의 경주처럼 오랜 기간 일본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상징적인 목적지였다.
교토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증한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현지 물가가 크게 올라 학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확대했다. 교토 현지 여행업체 ‘스피릿 오브 재팬 트래블’의 다카야마 마사루 대표는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 호텔과 식당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적자를 만회하려고 가격을 2~3배 올렸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학교에 전가돼 학생들이 오기엔 너무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교토시는 지난해 5606만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15년 5684만명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는 더 많은 방문객이 예상된다. 일본관광청(JN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외국인 입국자가 2151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입국자 3690만명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추세다.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사찰과 신사 등 주요 명소가 인파로 북적이는 탓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여유롭게 설명을 하기 힘든 환경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관광객들로 붐벼 인솔 어려움도 크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안전 우려를 키운다. 게이샤 거리에선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전통 복장을 입은 젊은 여성을 뒤쫓거나 민가에 무단 침입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안인력까지 배치됐다.
지난 6월에는 불교 조동종 사찰에서 목재 기둥에 낙서가 발견됐고, 작년 8월에는 외국인이 신사 토리이(문)에 매달려 운동하는 장면을 촬영해 논란이 일었다.
쓰레기 투기와 시끄러운 소음, 길거리 배변, 사유지 무단 침입 등으로 현지인과 관광객이 다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다카야마 대표는 “매일같이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일부 학교는 수학여행지를 재조정하고 있다. 나가사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도호쿠 지역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주민을 만나 재건 과정을 배우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수학여행 협회의 나카데 미치요는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 지방의 많은 학교가 교토 방문을 원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자녀들도 자신들과 같은 경험을 원하기 때문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