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美 재무장관, 관세 협상 재가동···3500억달러 투자·통화스와프 논의(종합)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과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양국 간 논의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뉴욕 소재 대한민국 유엔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한미 관계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동맹의 유지와 발전에 중요하다”며 “안보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통상 분야에서도 좋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서도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길 기대한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 차이를 전제로 한 접근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일시적·단기적 어려움은 극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핵심 분야로 강조하는 조선 분야에서 한국의 투자 협력이 매우 중요하며 적극적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국이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조선 분야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투자 협력 분야에서의 제안은 충분히 경청했고, 이후 내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핵심 포인트를 직접 상세히 설명했다”며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협상 과정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방미 기간 이 대통령을 수행 중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한미 통화 스와프’를 두고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협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고등학교 수학 용어로 설명하자면 무제한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며 “통화 스와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므로 체결되더라도 이후 추가 논의 단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과 관련해선 “그게 안 되면 충격이 너무 크다.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나갈 수 없는 필요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김 정책실장은 “그것이 해결된다고 해서 당연히 미국이 요구하는 ‘에쿼티’(현금투자) 형태로 3500억달러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충분조건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투자 규모가 우리나라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여야 하고, 필요하면 수출입은행법을 고치거나 중요한 부담이라면 국회 보증 동의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상업적 합리성’도 충분조건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김 정책실장은 “최소한 그에 대한 미국의 해답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를 말한 것이고, 충분조건까지 갖춰져야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경과에 대해서는 한미 간 인식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정책실장은 “(7월 31일 관세합의 이후) 미국이 양해각서(MOU)라고 보낸 문서에 판이한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초 합의한 3500억달러 투자액의 구성과 관련해 한국 측은 대출이나 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비망록에 적어뒀지만, 미국 측의 이해는 달랐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캐시플로’(cash flow)라는 말을 썼는데, 우리가 들여다보면 상당히 에쿼티에 가깝게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렇다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이 예상돼 이를 미국에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캐시플로를 론(대출)·개런티(보증)·투자 등으로 구분해 규정하자고 하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캐시플로가 대출에 가까운 속성을 갖도록 문안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도 “이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익을 한국과 미국이 9대 1로 나누자”는 등 국익에 맞는 제안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가 감내 가능하며 국익에 부합하고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으로 협상 중”이라며 “시한 때문에 그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감 품목과 협상 범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정책실장은 “쌀과 소고기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비관세 관련 부분은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전제”라고 밝혔다. 그는 “나머지 영역에서 실질적 논의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베선트 장관과의 면담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방향의 접견이었다”며 “결과로 이어지도록 양국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일정과 관련해 “다음 중요한 계기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며 “그것도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