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국내 환경단체들이 최근 고려아연의 해외 심해저 광물 채굴기업 투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해당 투자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은 물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투명한 검증 절차와 시민사회와의 공개 대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CORI), 공익법센터 어필(APIL), 심해보전연합(DSCC) 등 세 단체는 지난 6월 고려아연이 캐나다의 심해저 광물 개발기업 TMC(The Metals Company)에 약 180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공식 질의서를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TMC는 국제해저기구(ISA)의 정식 승인 없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해양대기청(NOAA)에 채굴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TMC가 승인받을 경우, 세계 최초로 상업적 심해저 채굴을 수행하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TMC의 행보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해저 채굴은 심각한 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자원을 인류 공동 자산으로 규정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TMC는 현재 국제법 위반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의 김은희 박사는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심해 채광은 해저 생물의 서식지를 영구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퇴적물 교란, 인공 조명, 소음 등으로 심해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해 생태계는 아직 어떤 종들이 존재하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매우 느린 성장 속도를 가진 생물이 많아 한 번 훼손되면 복원에 수십~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상업적 채광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또 “나우루처럼 국제적 영향력이 약한 국가를 앞세워 사업을 진행하는 TMC에 대한 고려아연의 투자는 매우 유감”이라며, “경제적 이익은 불확실한 반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에서 확산 중인 ‘심해채굴 모라토리엄’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정신영 변호사는 “유엔의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르면, 소수지분 투자자라 하더라도 피투자기업의 인권 및 환경 영향에 대해 검토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검토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해보전연합(DSCC)의 던컨 커리 국제법 자문위원 역시 “국제법은 명확하다”며, “한국 정부는 고려아연과 같은 국내 기업이 불법적 심해저 채광에 관여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고려아연이 이번 투자 건에 대해 관계부처와의 협의, 시민사회 및 학계와의 공개 대화, 그리고 투명한 검증 절차 마련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향후에도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이번 사안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최근 단체들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TMC는 아직 실제 채광을 시작하지 않았고, 고려아연은 소수지분 투자자로서 국제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심해저 채굴의 환경적 유해성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으며, 이번 투자는 재무적 목적에 한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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