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타임캡슐' 찾아 50년…"K-수중고고학, 세계에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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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타임캡슐' 찾아 50년…"K-수중고고학, 세계에 알려야"

연합뉴스 2025-09-25 10:08: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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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인터뷰…"'삶의 고고학' 무궁무진"

내년 베트남서 첫 해외 발굴 조사 예정…수중고고학 개론서도 발간

"연구·지원 필요"…내년 7월 세계유산위서 조선통신사선 소개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이 지난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 선박과 수중 발굴 전용 바지선 '바다누리호'를 설명하고 있다. 2025.9.25
yes@yna.co.kr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75년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작업하던 어부의 그물에 '이상한' 것이 걸렸다. 다름 아닌 도자기 6점이었다.

이듬해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이 나서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함께 발굴 조사를 시작했고 유물 2만7천여 점과 동전 28t(톤)을 찾아냈다.

총 713일 동안 이뤄진 한국 최초의 수중 발굴 조사였다.

1323년 중국 경원(慶元·오늘날 닝보)에서 일본으로 가다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역선 '신안선'의 발견과 조사는 우리 수중고고학의 서막을 올린 중요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50년 뒤, 바닷속 '타임캡슐' 찾기는 어떨까.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작 '신안선'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작 '신안선'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신안선 선체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2025.9.25
yes@yna.co.kr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기존에는 '밥상' 채로 먹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밥상을 차릴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방법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이 소장은 "지난 50년간 수중 발굴 조사의 기틀을 다졌다. 이제는 세계에서도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국내 최초의 수중유산 탐사선인 씨뮤즈호, 수중유산 발굴 전용 선박인 누리안호에 이어 최근에는 수중 발굴 전용 바지선인 바다누리호도 운용 중이라고 전했다.

연구소는 그간의 경험과 학문적 성과를 담은 개론서도 펴낼 예정이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이 지난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기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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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개론서를 낸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수중고고학을 이루는 기초적인 이론과 실무적인 틀을 알려줄 바탕이 구비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베트남에서도 처음으로 발굴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대는 현재 수중 발굴 조사 및 연구가 한창이다. 연구소는 2009년부터 베트남과 공동 연구를 해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는 "베트남 중부 해역 일대를 사전 조사한 결과, 옹기 일부를 확인했다. 내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조사에 착수해 해외 수중 발굴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안선에서 나온 유물 신안선에서 나온 유물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신안선 선체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202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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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조사는 한국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베트남 측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제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곳에 K-수중고고학을 전파하고 지원해야 하는 때"라며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인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3차원(3D) 기술을 활용한 보존 처리 및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중고고학과 해양유산 연구를 위한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취임한 이 소장은 국가유산(과거 문화재) 한 분야만 연구해 온 전문가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 센슈(專修)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바닷속에서 찾은 유물 바닷속에서 찾은 유물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전시실 모습. 202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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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대총 남쪽 무덤에서 출토한 칠기에 적힌 명문인 '마랑'(馬朗)의 실체를 40여년 만에 풀었고, 조선시대 감옥 구조를 처음으로 파악해 학계에 발표했다.

1996년 당시 문화재청(국가유산청의 전신)에 경력 채용으로 들어온 뒤에는 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장, 서해문화재과장, 전시교육과장 등을 지내며 해양유산 분야를 파고들었다.

"육지, 즉 땅에서 발굴하는 유물은 대부분 부서진 형태거나 파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바닷속은 다릅니다. 온전한 형태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 못 하죠.(웃음)"

그는 수중고고학은 '삶의 고고학'이라고 강조했다.

바닷속에서 찾은 유물 바닷속에서 찾은 유물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9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전시실 모습. 202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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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덤을 발굴 조사하면 대부분 망자와 관련되거나 죽음, 사후 세계와 관련한 유물이 많다"며 "그러나 수중 고고학은 그 당시 살아있는 사람들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숟가락은 뱃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식습관을 가졌는지 보여주죠. 그 옛날 배를 탄다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기에 안전을 기원하는 흔적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이 소장은 앞으로 한국 수중고고학과 해양유산 연구를 더 널리, 많이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기간에는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이하 조선통신사선)을 소개할 예정이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선 일본 에도(江戶)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 사절단을 일컫는다.

인사말 하는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인사말 하는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서울=연합뉴스) 5일 일본 히로시마현 구레(吳)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입항 환영 행사에서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과거 조선통신사가 오가던 뱃길을 재현해 올해 오사카까지 항해할 예정이다. 2025.5.5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연구소는 2015년부터 약 4년간 연구·조사를 거쳐 정사(正使·사신의 우두머리)가 탄 정사기선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고, 올해 5월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했다.

이 소장은 "내년은 한국과 일본이 힘을 모은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지 10년이 된다. 그 의미를 담아 평화를 상징하는 배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전 세계 문화유산 담당자들에게 조선통신사선을 소개하는 한편, 우리나라 주요 문화유산까지 함께 배를 타고 가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배를 재현해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죠. 한일 우호, 평화 교류의 상징이었던 배가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본 오사카 도착한 '조선통신사선' 일본 오사카 도착한 '조선통신사선'

(서울=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은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운항하는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이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출항한 지 약 13일 만에 오사카항에 입항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2025.5.11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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