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운명의 날'…법적 불확실성 속 내부 혼란 가중

사진 = 뉴시스

 

18년만에 금융감독체계를 대수술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가운데 금융당국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기로 해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에 대응해 정부조직법 등 4개 주요 법안만 우선 처리할 계획이다.

정부조직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금융위원회는 18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에 국내금융정책 기능을 이관하게 된다. 또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에 집중하게 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경제부처 개편안 시행시기를 내년 1월 2일로 명시했다. 하지만 후속입법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이 야권 반대로 최소 180일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계류될 것으로 예상되며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당장 내년부터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경부로 넘어가고 금융위는 금감위로 재편돼야 하지만 금감위 설치법 개정이 늦어지며 금융위가 국내 금융정책을 계속 수행하는 상황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간 중 시행되는 각종 정책의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 내부의 동요는 점차 증폭되고 있다. 금융위 1급 간부들과 금감원 임원들이 기관장 요청에 의해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직원들의 집단행동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전날 17년 만에 처음으로 장외집회에 나섰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등 직원들은 이날 국회 앞 도로에 집결, 쏟아지는 빗속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 추산 1500명, 자체추산 1800명으로 금감원 직원 전체(2600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금감원은 통합감독기구로서 감독·검사업무 역량을 분쟁·민원 업무와 연계해 분쟁조정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왔다며 조직을 분리하면 역량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근시간에 맞춰 5대 은행 본점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했다.

금융위의 경우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재부 힘빼기로 시작한 경제부처 개편의 포탄을 금융위가 맞았다는 불만이 많다"며 "세종에 내려가면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인사이동이 이뤄질 것이고, 기피부서로 떠밀려 금융 전문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마음 편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소상공인 취약계층 빚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정책을 비롯해 금융권 출자가 필요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서민금융안정기금 등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업계의 우려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금융당국 조직개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책 일관성 등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