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컨테이너 해상 운임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9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최근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24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집계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15개 항로의 운임을 합산한 SCFI는 1,198.21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 대비 14.3%나 하락한 수치로, 2015년 11월(-15.1%) 이후 거의 10년 만에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SCFI가 1,200선을 밑돈 것도 2023년 12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NH투자증권은 "미주 노선 운임이 크게 떨어졌고, 특히 미 서안 노선이 31%, 동안 노선이 23%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운임 지표인 중국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 역시 전주보다 5.07포인트 떨어진 1,120.23을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SCFI 평균은 1,645.4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37.4%나 급락했다. 1분기와 비교해도 약 6.6% 더 떨어졌다. CCFI도 2분기에 1,162.4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9.2%, 직전 분기 대비로는 13.9% 하락했다.
운임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무역량 감소, 선복량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이슈로 운임이 오르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러한 효과마저 희미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의 정책 변화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중순부터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 입항 수수료가 도입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직항 물량은 줄고, 그만큼 우회 운송이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행 화물이 줄면 제3국 경유 우회도 가능하지만 운임이나 배송 시간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부산발 K-컨테이너 운임지수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7월 SCFI도 전주 대비 4.98% 추가 하락했다.
운임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실적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2,658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조 6,119억 원으로 26.5%, 순이익은 4,361억 원으로 74.9%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 겹치면서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크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신조선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선복량 과잉이 운임 하락에 더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운임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업계에서는 반등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급 조정이나 대형 선사 간 동맹 재편, 항만 혼잡 등이 운임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연이은 악재로 단기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에서는 운임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선사들이 용선 중단이나 정기 노선 감축 등으로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운임이 너무 낮아지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선사가 늘어날 거란 우려도 크다.
미국의 수수료 도입 같은 구조적 변화는 단기 대응이 쉽지 않다. 만약 운임 약세가 장기화된다면, 국내 해운업계 전반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선사 입장에서는 기존 운임 계약을 지키면서, 수익성 하락 위험이 큰 노선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대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정부도 해운업계 변화에 발맞춰 금융 지원 확대, 선박 발주 조정, 항만 인프라 효율화 등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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