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 일자리 수요 첫 심층 분석…구조적 불균형 심화
세대별 맞춤설계·수요공급 정합성이 핵심…중장년취업사관학교 중심 정책 선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국민연금 수급 연령(최장 65세)과 평균 퇴직 연령(49.4세)의 간극으로 소득 공백이 15년에 이르고 희망 은퇴 연령(73세)도 늦어지며 중장년 경제활동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중장년의 구직과 재취업을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연령별·상황별로 다층적인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매칭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실질적 일자리 확대를 위해 서울시가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 중장년 일자리 수요조사 심층분석'을 시행해 지난 23일 중장년 정책포럼에서 공개했다.
중장년 구직자 1만명과 기업 450곳이 참여하고 실직자뿐 아니라 잠재적 구직자까지 아우른 국내 최초의 대규모 조사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64세 중 향후 5년 이내 임금근로 형태로 구직 의사가 있는 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장년의 구직 목적 1순위는 생계유지(82.3%), 구직 시 가장 우선순위는 임금수준(62.3%)이다.
희망 임금은 월평균 381만원,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임금은 이보다 50만원 적은 331만원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희망하거나 수용 가능한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71.63%)을 단연 가장 선호하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정규직 선호는 줄고 무기계약·기간제 수용은 늘었다.
남성은 임금 수준과 4대보험을, 여성은 4대보험과 직장과의 거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시간은 남성 주 30∼40시간, 여성 주 15∼30시간을 선호했다.
이는 남성은 생계유지 목적이 크기 때문에, 여성은 가사 업무 부담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수행한 조태준 서울대 교수는 "경력 전환형, 재도약형, 사회참여형 등 생애주기별 일자리 모델을 다층적으로 설계하고 연령대별·성별 특성을 고려한 직무 특화 재교육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과 이를 활용한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중장년 일자리 수요 조사 정례화와 정책 반영, 서울시 데이터 플랫폼 거버넌스 체계 확립, 데이터 공론의 장 마련 등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심층 조사에 참여한 1만명을 포함해 총 3만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서울 중장년 인구의 경제활동 동향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만 40∼64세 총 350만명 중 향후 5년 이내 경제활동 형태의 변화(이직·은퇴 후 재취업·직업 전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거나 계획하는 경우는 187만명(53.7%)으로 추산된다.
'기회가 되면 시도하고 싶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289만명(82.6%)으로 늘어난다.
포럼에서는 50플러스재단이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와 지난 5∼6월 온라인으로 수행한 '기업의 중장년 채용 수요 및 제도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구직자 1만명 조사와 짝을 이루는 공급자 측면의 대규모 조사다. 중장년 채용 경험이 있거나 향후 3년 이내 채용 의향이 있는 기업 총 429곳이 참여했다.
향후 3년 내 중장년 채용 의향은 제조업(25.3%)이 가장 높았고 도매 및 소매업(14.9%)이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40대에 대한 채용 수요가 많고 연령이 높을수록 채용 수요는 감소하지만, 인력난이 있는 특정 산업(운수·제조업 등)에서는 60대 채용 수요도 존재했다.
기업이 선호하는 고용 형태는 정규직(57.1%),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전일제(75.4%)다.
지불 가능한 임금 수준은 200만원대(42.1%) 또는 300만원대(32.9%)가 대부분이었다. 단, 제조업·건설업·정보통신업에서는 300만원 이상의 고임금 채용수요도 존재했다.
중장년 인력에게 기대하는 점은 문제해결 및 대인관계 능력, 기술력, 책임감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채용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는 고용지원금(63.9%)을 꼽았다.
정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중장년 인재상과 실제 제공 가능한 일자리 조건을 동시에 파악해 그 간극을 정밀 진단할 수 있는 첫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장년 일자리 정책은 '세대별 맞춤 설계'와 '기업 수요 정합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특히 희망급여 간극이 최대 181만원에 달하는 구직자와 기업 간 눈높이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런 데이터 자료와 내년 3월 개관하는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중심으로 중장년 일자리 정책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중장년취업사관학교는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과정을 운영해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원스톱 취업 지원 플랫폼이다.
마포·광진·은평·도봉·구로 등 50플러스재단의 5개 권역 캠퍼스에서 시작해 2028년까지 16개소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40대에게는 직업역량과 성장 기회를, 50대에게는 경력 전환과 재취업, 60대에게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고용 유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넓히고 직무·성과 중심의 유연한 제도를 도입해 중장년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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