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아이파크몰 용산점의 지난달 가챠 매출액은 17억원으로 전월대비 13% 늘었다. 쇼핑몰내 총 1000여대의 가챠 기기를 배치한 아이파크몰의 이달 매출은 2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달 초 3층을 전면 개편해 조성한 ‘도파민 스테이션’내 ‘가챠파크’(230여대)의 경우엔 매출이 두 달 연속 3억원을 돌파하며 고객들을 흡수하고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이동 동선상 죽은 공간이었던 벽면을 가챠로 기획한 것”이라며 “가챠파크의 지난 7월 결제 건수도 7만여건을 넘어서는 등 성과를 내 현재 기기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챠는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릴 때 나는 일본어 의성어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에서 비롯된 캡슐 장난감 자판기를 뜻한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뽑기’라는 이름으로 성행했는데, 최근 2년여 전부터 더 큰 규모로 사업화되면서 전국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확산되고 있다.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르는 무작위(랜덤) 방식이어서 재구매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복합쇼핑몰내 패션(명품 제외)·식품 매출은 단일 매장 기준 월 1억원만 넘겨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챠 단일 매장만으로 월 3억원 이상 벌어들인다는 건 최근 유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인 명품 중심 구성이 아닌, 취향과 가치 중심의 콘텐츠를 내세우는 상품기획(MD)과 매장 구성이 온라인에 쏠린 소비자들의 지갑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어서다.
단순 장보기 채널로 인식돼 왔던 대형마트에서도 가챠 기기로 재미를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전국 112개 점포에서 가챠 기기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올해 8월까지의 가챠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신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본의 반다이, 타카라토미 등의 가챠 브랜드를 포함해 국내 상품들도 혼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자체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챠의 인기는 2년여 전부터 본격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가챠 시장은 1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00억원을 돌파, 올해는 1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가챠 유통업체 5~6곳을 중심으로 쇼핑몰·대형마트·가두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롯데몰·현대백화점(유플렉스)·아이파크몰 등에 가챠 기기를 공급하는 오락노리의 홍명수 대표는 “가챠 소비의 90% 이상이 MZ 여성 고객일 정도로 젊은 층의 수요가 절대적”이라며 “가챠 사업을 시작한 2년여 전과 비교해 매출과 매장 수가 5배 이상 늘었다. 최근엔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들로부터 먼저 사업 제의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오락노리 같은 전문 유통업체들이 일본의 반다이, 타카라토미, 티아츠 등에 4~5개월 전 생산 발주를 넣고 6개월 후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발주에서 공급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개인 사업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최근엔 프랜차이즈화가 추진되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성수동, 홍대 등 MZ세대가 많이 찾는 지역에 가두점을 오픈하거나 쇼핑몰에 공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가챠 시장의 성장세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극장가에서 대흥행한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처럼 여전히 일본 애니메이션 지식재산(IP)의 인기가 높은데다, 각종 캐릭터·아트토이 등 MZ세대의 취향소비 흐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어서다. 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도 매출처로서 가챠 사업의 매력을 인지한 만큼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동전만 활용하는 일본과 달리 카드를 사용하도록 해 단가 제약도 없고, 차지하는 면적대비 매출액이 높아 오프라인 유통채널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콘텐츠”라며 “최근 글로벌에서 품귀현상을 빚는 ‘라부부’처럼 희귀성이 부각되면서 주요 소비 연령대도 더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