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배에서 사는 이유…암호화폐 과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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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배에서 사는 이유…암호화폐 과외까지

이데일리 2025-09-25 0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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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데일리는 대한민국 2000년생 청년들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한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2000년생들이 직면한 문제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세계적 문제임을 공론화하고 미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 독일, 리투아니아, 그리스 청년들의 사례를 통해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이 2000년생 청년들의 진정한 행복 찾기에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옥스퍼드·런던(영국)=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청년들은 공통으로 ‘브렉시트 아웃(Brexit out)’을 외쳤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서 약학을 공부하고 있는 피터 브래들리(20세)는 브렉시트 당시 투표권이 없었던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본인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투표권이 없어 자신의 미래가 다른 세대에 의해 정해졌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큰 결정을 했다면 미래 세대에게도 다시 투표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평생 그 결과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엄밀히 말하면 당시 투표권이 없던 영국 젠지 세대는 브렉시트 결정을 후회하는 ‘리그렛시트’의 기회조차 없는 세대다.

옥스퍼드 처웰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진에 나온 학생 중 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민 2세다. 사진 맨 왼쪽이 리오.(사진=안치영 기자)


브렉시트가 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상당히 크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유례없는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2022년 물가 상승률이 11.1%까지 치솟으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던 영국 중앙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후 계속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낮추는 상황에서도 영국은 여전히 높은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출을 받은 영국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집값 상승과 생활비 부담 증가로 인해 국민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폴 유 런던 대학 데이터분석학과 교수(47세)는 “제조업은 떠났으며 금융업의 중심지였던 런던 또한 글로벌 은행들이 떠나면서 침체를 겪고 있다. 소니 등 다국적 대기업 또한 영국을 떠났으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머물기 어려워진 EU 국가 노동자도 떠났다”고 설명했다. 영국 내 제조업 축소와 노동력 감소, 집값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 증가는 결국 영국 경제 전반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웰 고등학교(Cherwell High School) 3학년에 재학 중인 리오(18세)는 “내 인생에서 브렉시트가 가장 강렬히 다가왔던 순간은 Sainsbury’s(영국의 대표적인 대형 슈퍼마켓 체인) 과자 가격이 갑자기 올라갔을 때”라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이민 2세 송주(24세)는 과거에는 막연하게 느껴졌던 정치적 결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시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송주는 특히 의료 인력 이탈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언급했다. “그 당시 결정의 파급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사나 간호사들이 그 이후로 많이 떠났고 이는 부정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영국 내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아론(20세)은 “모두가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며 특히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마저 부족해 개인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 그냥 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 이어지면서 젊은 층이 극단주의적이거나 새로운 주제를 들고 나오는 정치인에게 끌리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송주는 “사람들은 중립적인 정치인보다 확실히 입장이 뚜렷한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토미 로빈슨 같은 사람이 아주 의심스러운 주장을 해도 군중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미 로빈슨은 △극우 △반이민 △반이슬람 △백인 우월주의 활동가다.

젠지 세대 중 일부는 점차 주류가 아닌 소수당에 투표하기 시작했다. 아론은 “젊은 세대는 보통 좌파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지만 노동당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면서 “개혁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남성을 많이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녹색당은 학생이 많은 브리스톨 같은 곳에서 인기가 높고 젊은 세대는 학비나 의료비 부담 완화, 기후 보호 같은 정책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젠지 세대는 제3당 투표가 ‘헛된 표’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주는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들은 ‘항의 투표’를 한다면서 소수당에 투표했다는 글을 올리지만, 결국 승자는 둘 중 하나(보수당과 노동당)일 거라는 걸 다들 안다”며 정치적 회의감을 드러냈다.

◇집도 구하지 못해…노동과 재테크 양립 ‘생활화’

옥스포드 중심가를 흐르는 운하에 정박해있는 배 모습. 운항용 배가 아닌 주거용 배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콘센트 포스트가 옆에 있다.(사진=안치영 기자)


이들은 살인적인 집값과 임대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런던에서 한 시간 거리인 옥스퍼드 또한 집값이 매우 비싸다. 많은 이들이 하천에 배를 띄워놓고 주거를 해결한다. 시에서는 하천변에 전기포트를 설치해 주거에 불편함이 없게끔 할 정도로 ‘수상주거’가 보편화돼있다.

영국 청년들은 자신들이 집을 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었다. 처웰 고등학교에서 만난 고3 학생들은 ‘언제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결같이 ‘40세가 넘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회의적이었다. 특히 이들은 집을 사기 전 셰어하우스를 무조건 거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셰어하우스에서 지낼 집세를 마련하기조차 불가능해 부모와 같이 사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 내 한 주민은 “지역 내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이혼하고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가 사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집값 때문만은 아니다. 영국 젠지 세대는 이민자가 몰려오면서 영국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세대별 소득 격차와 물가 인상, 젊은 세대의 부채 등이 이들의 빈곤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론은 “대부분 50세 이상은 저축해 놓은 돈이 많지만 50세 미만은 빚을 진 경우가 많아 집을 사는 건 우리 세대에게는 몹시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일하며 급여를 받아도 빠져나가는 돈이 워낙 많다는 의미다. 아론은 이어 “대학 졸업 후 내가 버는 돈에서 자동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금이 빠져나가고 일정 금액 이상이면 정부가 급여에서 자동으로 상환금을 공제한다”면서 “뉴스를 통해 현재 학생들이 대출 상환금을 다 갚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영국 젠지 세대는 이러한 세대별 소득 격차를 메우기 위해 이른 나이에 남녀 모두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답게 암호화폐 등에 관심이 많다. 영국 런던 대학서 유전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민 2세 은주(23세)는 대학 수업 외에 별도로 재테크 과외를 받는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경제 불안으로 인해 청년들이 부수입을 중시하면서 크립토(암호화폐) 투자에 적극적”이라며 “월급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워 다들 재테크와 일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재테크에 접하는 기회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랐다. 빈민층은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려워 재테크는 언감생심인 반면, 영국 내 귀족층이 다니는 사립학교 학생들은 부동산 투자나 기업 투자 등을 선호하고 오히려 암호화폐 등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피터 브래들리는 “일부 부유한 학생들이 암호화폐나 주식에 투자했지만, 대부분은 자율적으로 공부하다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신 기업 투자로 돌아서곤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은 과거 세대보다 행복의 관점이 좀 더 경제적인 부분에 치중돼 있음을 강조했다. 옥스포드 종합병원 신생아중환자 전문의인 게자 바스(49세)는 “영국은 미국보다 일상에서 금전적인 요소를 따지는 수준이 덜하지만 유럽 내 다른 국가보다는 확실히 상업화(commercialize)돼있다”면서 “의사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그렇고 젊은 세대에서 경제적인 처우를 따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고현실 옥스퍼드 한국인 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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