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엔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유엔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강력한 소수가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시 지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늘날 최대 위협은 '강자의 법칙'과 소수의 이기심만이 만연한 것"이라며 "함께 행동함으로써 효과적인 다자주의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유엔을 가장 가혹하게 비판한다"며 "이들은 공동의 이익이 아닌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르피가로는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았으나 (비판 대상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 관세, 인권, 기술규제 등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들을 일일히 열거하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유엔 각국과 함께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조직(유엔)은 대체될 수 없다"며 "80년 전(1945년 유엔 창설)에 만연했던 협력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같은 연단에 서서 "저는 각국 지도자들과 7개의 전쟁을 끝냈지만, 협상 타결을 돕겠다는 유엔 전화는 한 통도 받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유엔의 목적은 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너무 자주 만들어낸다"며 "가장 대표적 사례가 이 시대 최대 현안인 통제불능의 이민 위기로, 유엔은 서방에 대한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정상회담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 관련 이견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승인에 대해 "하마스에 대한 선물이자 하마스를 기리는 일"이라며 "10월7일(2023년 10월7일·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일)은 세계 역사상 가장 잔혹한 날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10월7일을 잊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이 공격으로 프랑스 국민이 사망했다"고 짚고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해체(dismantle)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거의 2년간의 전쟁으로 그들(이스라엘)은 하마스 최고 지도자들을 사살했고, 이는 대단한 업적이지만 하마스 전투원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많다"며 "이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며, 우리는 완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진 프랑스 언론 BFMTV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강화하고 개혁을 장려함으로써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방법"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오늘 '나는 평화를 원한다.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대통령을 봤다. 현재 상황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 한 사람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벨 평화상은 이 전쟁을 중단시켜야만 (수상이) 가능하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해 가자 분쟁을 멈추게 해야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을 마침내 석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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