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절반 가까이가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상과 트라우마에 따른 정신적 고통까지 겹치며 심리상담과 진료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소방관들의 근무환경과 건강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 결과 최근 5년 동안 매년 검진자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 6만6000여명이 검진을 받았고, 이 가운데 74%(4만9000여명)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질환 유형을 보면 직무와 관련된 직업병이나 직무성 질환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신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21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로 따지면 31.5명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일반 국민 평균인 25.2명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정신질환 상담과 치료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찾아가는 상담실’ 이용 건수는 2020년 4만8000여 건에서 지난해 7만9000여 건으로 65% 가까이 증가했다. 정신건강 진료비 지원 건수 역시 매년 70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 의원은 이 같은 통계가 구조와 구급, 화재 진압 과정에서 겪는 외상 경험이 정신적 상처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소방관들이 정작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의 방임”이라고 짚었다.
이어 “참사가 점점 대형화·복잡화되면서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소방관들은 더욱 참혹한 장면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면서 “참사 현장에서부터 재난참사 전문의를 투입하거나 건강정밀진단 의무화를 비롯해, 복잡한 공상·순직 인정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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