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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대만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에 나섰다. 대만이 자국 핵심 산업을 외교적 압박 카드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경제부 산하 국제무역국은 24일 성명을 통해 오는 11월 말부터 남아공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반도체 제품에 대해 사전 승인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아공 정부가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대만 대표처의 지위를 격하하고 요하네스버그로 이전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대만은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로, 대만 TSMC(타이완반도체제조)가 자동차·인공지능(AI)·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최첨단 칩을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아공으로 수출된 반도체 관련 품목은 약 400만 달러 규모였다.
이번 결정은 대만이 가진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외교 무대에서 중국에 의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외교부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남아공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직후인 2023년부터 대만에 대한 압박을 해왔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 7월 남아공 대만대표처와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의 대만판사처 명칭을 각각 현지 주재 상무판사처로 바꿨고, 대만 외교부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남아공은 오는 11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이같은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남아공은 이미 1997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
대만 국제무역국은 “남아공 정부의 조치는 우리의 국가와 공공 안보를 훼손했다”며 “주권을 지키기 위해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 외교부는 해당 조치가 공식 발효되기 전에 남아공 정부가 호혜주의와 존엄성을 바탕으로 대만과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남아공 외교부는 “대만과의 관계는 비정치적”이라며 “남아공은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팔라듐 등 백금족 금속의 핵심 공급국으로, 단순 원자재 수출을 넘어 첨단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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