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수도권 물류 유통 체계 변화를 위해 도심 물류센터 확장에 나선 택배업계가 당초 기대를 밑도는 실적에 직면하며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배송 속도 경쟁에 맞춰 거점을 늘렸지만, 임대료·인건비·설비 유지비 등 고정비가 급증해 회수 기간이 길어지는 등 투자 효과가 희석된 상황으로 인해 실익보다 방어적 운영이 앞서면서 업계 내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가 집계한 올해 물류창고업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총 533곳으로 이중 서울과 인천, 경기권 등 수도권 지역 등록 현황은 289곳에 달하는 등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도권에 물류 거점이 절반 이상 집중된 이유는 인구와 소비 수요가 몰린 특성과 맞닿아 있다는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배송 등 경쟁 심화하면서 택배 기업들 간의 수도권 내 거점 확보 행보가 더욱 가속화됐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곧 과잉 경쟁으로 이어짐에 따라 도심 거점 확장이 효율 개선보다 출혈적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심 물류센터는 본래 해외 대도시에서 효과가 큰 모델로 알려졌다.
뉴욕과 런던 등 외곽과 도심 간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도심에 물류 거점을 배치해 배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국내는 수도권 외곽에서도 1시간 내외로 도심 접근이 가능해 동일한 모델을 적용했을 때 효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심에 거점을 두면 배송 속도는 개선되지만 비용이 늘고, 외곽에 두면 비용은 줄지만 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지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대 분 단위까지 배송 모델이 나눠지는 등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속도가 곧 기업 역량으로 작용하는 것 역시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된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투자가 아닌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도심 거점 경쟁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의 체력 차이를 드러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택배사들은 구조적 압박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생존하는 기업조차 저온, 신선 물류 등 특화 시장에 집중하거나 B2B 위주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물류망의 하청업체 형태로 종속되거나 인수합병을 통한 재편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도심 물류센터는 배송 경쟁의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기업들이 투자한 만큼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효율은 제한적인 반면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해당 전략이 기대와 달리 오히려 자충수로 평가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출혈경쟁이 장기화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공동 활용 모델 필요성이 제기돼 물류 공동화도 거론된다. 여러 기업이 하나의 도심 거점을 함께 활용하면 비용을 분담해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기업이 독자적 네트워크를 고수하고 있고, 물류센터가 여전히 투자자산 기능을 지니고 있어 현실화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심 물류센터는 배송 경쟁의 격전지로 부상했지만, 효율은 제한적이고 고정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로 택배 산업 전반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또 중소 사업자는 특화·종속·도태라는 좁은 선택지에 몰려 구조적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도심물류센터는 시장을 지배하지 않는 이상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현재 보유한 인프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공동화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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