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경기 둔화와 자금난 장기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늘면서 보증기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신해 상환한 채무는 최근 5년여간 1조3천억원에 달했고, 외상거래 대금을 대신 갚은 금액도 올해 상반기에만 5백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회수 실적은 이에 못 미치면서 신용보증기금(신보)과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액은 1,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증잔액(1조4,212억원)의 17.5%에 달한다.
위탁보증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보가 금융기관에 대신 상환하는 제도로, 코로나 충격을 버티기 위해 2020년 5월 한시 도입됐다. 첫해와 2021년에 각각 3조2,927억원, 4조1,377억원이 공급됐으나, 이후에도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상반기 대위변제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연말까지 합산하면 2022년 전체(1,831억원)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5년여간 누적 대위변제액은 1조3,721억원에 달했다. 부실률은 2022년 5.2%에서 올해 상반기 19.1%까지 치솟았다. 반면 구상권 청구를 통한 회수액은 929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단순한 대출 상환 불능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거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매출채권보험 부담도 늘고 있다. 신보의 매출채권보험 대위변제액은 올해 상반기 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다.
SGI서울보증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채권신용보험 대위변제액은 161억8천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187억4천900만원)에 이미 근접했다. 증가세가 이어지면 올해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신보와 SGI를 합치면 올해 상반기에만 483억8천만원이 대위변제로 지급됐다.
손해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신보의 매출채권보험 손해율은 올 상반기 107.9%로 사실상 적자 운영이다. 지난해 89%보다 크게 높아졌다. SGI서울보증의 매출채권신용보험 손해율은 44.3%로, 2016년(47.3%) 이후 최고치다. 2020년대 들어 10%대를 유지하던 손해율이 2023년 27.1%에서 올해는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지연과 자금시장 경색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보 관계자는 "공적 보험 성격이 강한 만큼 손해율을 100% 수준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GI서울보증 측도 "기업 회생 신청과 금융기관 연체율 증가가 대위변제와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업종별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안정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증가와 손해율 급등은 단순한 기관의 재정 악화 문제를 넘어, 경기 둔화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신호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회수율 제고와 동시에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 없이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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