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연단에 오른 두 지도자의 목소리는 너무 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교류와 비핵화를 담은 ‘E·N·D 이니셔티브’를 내세우며 평화·공존·공동성장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세계 최대 사기”라 일축했다.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남북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핵심 원칙으로 하는 ‘E·N·D 이니셔티브’를 내세우며 한반도 평화 구상을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은 추구하지 않겠다”며 남북 신뢰 회복을 출발점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또한 단계적 비핵화 해법으로 ▲핵·미사일 능력 ‘중단’ ▲점진적 ‘축소’ ▲최종 ‘폐기’라는 실용적 접근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어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대한 대한민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국제사회 뉴노멀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24일에는 한국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한다.
같은 날 연단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6분간 유엔과 국제 규범을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7개 분쟁을 종식했지만 유엔은 그 자리에 없었다”며 “유엔은 글로만 강하게 비판할 뿐, 전쟁 해결에는 무능하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세계에서 가장 큰 사기극”이라 규정하며 풍력 발전과 탄소 감축 개념을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유럽은 이민과 에너지라는 두 괴물에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며 “당신들 나라는 지옥으로 가고 있다”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영국 BBC는 이를 “트럼프 사상의 원형을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하며, 국제 규범과 다자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이 ‘한반도 평화·공존·성장’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국제적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유엔 무용론’과 ‘자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역사적 무역 합의를 성사시켰다”고 짧게 언급했으나, 북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연설 직후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돌연 입장을 선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엔총회가 “한쪽은 다자 협력과 평화를 향한 청사진, 다른 한쪽은 국제 규범과 동맹을 향한 공격”이라는 대조적인 메시지를 세계에 각인시킨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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