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천여대 분해해 소재·부품 추출…배터리금속·액체도 재활용
스파게티처럼 배선뭉치 제거하는 작업 '하이라이트'
(뮌헨=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차량 개발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해 설계합니다. 그래야 분해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거든요. 차량 개발에서 분해, 다시 개발로 이어지는 끝없는 순환구조로 차량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 있는 BMW그룹 재활용 및 분해 센터(RDC)의 스테판 아우만 총괄은 센터를 찾은 전 세계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BMW그룹은 지속가능성을 주요 가치로 제시한 글로벌 완성차그룹으로, 이를 위한 필수 작업인 재사용 가능 재료 식별과 부품 재활용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RDC다.
1994년 설립된 RDC는 매년 6천여대의 시험 차량을 분해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 및 부품을 식별·추출한다. 그 결과 현재 생산되는 BMW그룹 차량의 95%가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BMW그룹은 이곳에서 축적한 재활용 정보를 41개국, 3천여개 조직이 사용하는 IDIS(국제 분해 정보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제공한다. RDC가 IDIS에 공개하는 정보와 연구 결과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날 RDC 투어는 "차량이 생을 마감할 때 거치는 과정을 따라가 보겠다"는 말과 함께 외부에 마련된 차량 입고 저장공간부터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BMW X7, i3, 미니 컨트리맨 등 차량 30여대가 철제 수납공간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아우만 총괄은 분해를 앞둔 차량을 보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감정 없이 처리해야 하지만 솔직히 마음이 아프다"며 "(고성능) M8과 같은 차를 다룰 때는 감정이 올라온다"고 털어놨다.
이후 실질적인 분해 과정이 진행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고전압 차량에서 배터리를 분리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작업차가 차량 하부에 있는 배터리를 기구를 통해 분리하면 이 배터리는 폐배터리 처리업체인 한국 SK테스가 수거해 배터리 내 소재나 금속을 추출한다.
이날 RDC 관계자는 배터리를 분해한 후 나온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흑연 등으로 큐브를 만든 모형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 소재들은 현재 다른 회사에 판매 중이다.
아우만 총괄은 "금속의 경우 선별적으로 최대한 많은 양을 분해한다. 특히 엔진이나 촉매 컨버터에는 구리나 가치가 높은 귀금속이 많이 포함됐다"며 "오늘의 폐기물을 내일의 원자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에어백 등 차량 내 폭발성 장치를 제거하는 작업과 쇼크 업소버에 구멍을 뚫어 오일을 제거하는 작업이 연이어 진행됐다.
폐차량에서 연료, 브레이크액, 변속기 오일, 와이퍼 물 등 총 90가지 액체를 빼내는데 100L에 달하는 액체는 모두 재활용된다.
쇼크 브레이크액은 수분과 불순물을 제거해서 새 액체를 만들고, 휘발유나 와이퍼 물은 바로 다시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에어컨 냉매도 새 차에 재사용된다고 한다.
이후 엔진, 헤드라이트, 보닛 등 손쉽게 분리해 중고 딜러에 팔 수 있는 부품 제거 작업이 실시됐다.
마지막은 RDC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와이어 하니스(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배선 뭉치) 분리 작업이었다.
대형 굴착기가 분해 작업의 70%가량이 마무리된 차량을 고정해 외이어 하니스를 빼내고, 이로부터 구리 등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무게가 1.5t에 달하는 집게처럼 생긴 굴착기 도구가 차량 내 길게 꼬인 와이어 하니스를 뽑아 돌돌 마는 모습이 꼭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과 같았다. 이런 연유로 도구 이름도 '스파게티 도구'라는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후 엔진 블록과 기어박스까지 제거된 차량은 외부 재활용 시설에서 압축하고 파쇄된다.
아우만 총괄은 "BMW 그룹은 '다시 생각하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 원칙을 적용해 수명이 다한 차량을 새로운 차량 제작에 쓸 원자재 공급원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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