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③ 대법관 증원 찬반…"사건적체 해소" vs "사법제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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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③ 대법관 증원 찬반…"사건적체 해소" vs "사법제도 혼란"

연합뉴스 2025-09-24 07:0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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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인당 2천건↑…"재판받을 권리" vs "'무조건 삼세판' 비용·시간 줄여야"

"사회구조 반영할 대법관 다양성 긴요"…"하급심 강화해 분쟁 신속해결이 바람직"

종합적 검토·논의 주문…"늘어난 26명 중 李정부 22명 임명" 독립성 침해 우려도

조희대, 대법관 증원법에 "공론장 마련 희망…국회와 협의" 조희대, 대법관 증원법에 "공론장 마련 희망…국회와 협의"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은 5일 출근길에서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대법관 증원법'과 관련해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본래 기능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를 계속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5.6.5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사법개혁 핵심 의제인 대법관 증원을 둘러싼 찬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사법개혁을 앞장서 추진하는 여권에선 만성적 상고심 적체를 해소하고 사법부 다양성을 확대하려면 증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반면 법조계에선 사법부 독립성 침해와 하급심 약화 등의 문제를 들어 대법관 증원이 사법제도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거란 반론도 많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에 비해 이를 심리하는 대법관 수가 부족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을 증원 이유로 내세운다.

법원행정처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사건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4천958건이다. 이 중 동일인에 의한 과다소송 건수를 제외해도 1만3천26건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형사사건의 상고심 접수 건수 역시 2만4천889건으로 전년 대비 18.0% 늘었다.

이처럼 연간 3만여건의 상고심 사건이 들어온다고 보면 산술적으로 대법관 1인당 2천건 넘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 입장에선 대법원에서 자기 사건이 충실하게 검토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에 접수되는 물리적인 양에 합당한 인적 자원이 있어야 한다"며 "재판연구관들이 정리한다고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법관에 의한 재판"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단체 역시 증원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상고심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일 방안이 함께 필요하고, 하급심 재판의 질을 높일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월 대법관 증원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상고심 제도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안"이라는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비법조인의 대법관 추진에 관해선 "비법조인의 임명안에 대해서는 재고하고,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야 함을 밝힌다"고 했다. 또 "상고심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확대, 사건 분류 시스템 고도화 등 지원 체계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하급심 재판의 질 제고를 위해 법관 증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재정 확보 등 종합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수를 늘려 다양성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14명의 대법관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 사회를 대변하기 어렵다"며 "시대 흐름 속에 복잡다단한 사회 구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전문부를 구성하는 등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일의 경우 대법원이 여러 개의 전문부를 두고 운영된다.

퇴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퇴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5.9.23 hihong@yna.co.kr

한편에서는 민주당의 단기간 내 대폭적인 대법관 증원안이 사법제도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대법관 증원으로 사법부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관은 1년에 4명씩 3년 만에 대폭 증원돼 26명에 이르게 된다. 현재 대법관 임기를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전체 26명 중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13명의 대법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사법부의 정치권 예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순차적인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관의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후임 대법관이 임명될 때마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 수를 줄여 사회적으로 '무조건 3심', '삼세판'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분위기를 개선해야지 무턱대고 3심 규모만 늘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상고심까지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과 수년에 걸친 시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송 과잉'을 줄이기 위해 하급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대다수 서민이 바라는 것이 과연 비싼 변호사 비용 부담을 감당하면서 몇 년 동안이나 사건을 끌어 대법원까지 올라와 법적 분쟁을 타결짓는 것이냐는 취지다. 분쟁이 끝나지 않는 상태에서 소송사건의 당사자는 몇 년 동안이나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재판을 오래 끌다 보면 생업을 하면서 재판 출석과 대응에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나도는데 더 상황이 악화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하급심을 충실화해 3심 이전에 분쟁을 일찍 종결해 주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혼란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1, 2심을 충실화하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대법원은 상고 자체를 줄일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변협도 5월 성명에서 하급심 재판의 질 제고를 주문했다.

변호사도 양극화 시대 변호사도 양극화 시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법부 안팎에서는 여권의 대법관 증원 논의가 지난 5월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촉발됐다는 점에서 전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려 없이 사법부를 압박할 목적으로 급조됐다는 비판론도 비등하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파기환송 판결에 대응해서 숙의 없이 급박하게 이뤄진 논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 역시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정치권의 공세는 조세·행정·노동 등 분야의 전문성 강화 목적이 아니라 법원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단기간 내 대폭적 대법관 증원이 가져올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몸통'은 작고 '머리'만 과도하게 비대해진 비정상적 '가분수형'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본질은 그대로인 근시안적 방안이라는 비판이다.

대법관 수가 단기간에 급증하면 하급심의 재판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대법관 수가 증가하면 이를 보좌할 인력, 시설 확충에 사법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우선 대법관의 재판을 돕는 부장판사급 재판연구관 증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일선 법원에서 한창 재판해야 하는, 경력과 경험이 풍부한 1·2심 법관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1명당 8.4명의 재판연구관을 두고 있다. 대법관을 12명 늘리면 산술적으로 약 100명의 재판연구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결국 일선에서 14년 이상 경력을 가진 중견법관 중에서 차출될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는 관련 의견서에서 하급심에 대한 인적·물적 자원 투입이 줄어들면 1·2심 재판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져 상고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역시 "대법관을 증원하면 대법원에 상고하는 사건 역시 많아진다"며 "하급심을 생각하지 않고 대법관 증원만이 사건 적체를 해소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법원

[촬영 정회성]

민주당 방안대로 대법관이 늘어나면 쟁점이 복잡한 전원합의체 사건을 결론 내기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 기준점을 제시하는 대법원 기능이 되레 퇴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사법부 최고 법원으로서 법령 해석 기능이 절실한데, 대법관을 늘리면 의사 통일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전원 합의를 통한 심리보다) 개별 사건을 처리하는 데 급급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대법관의 역량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최고 법관인 대법관은 헌법재판관과 함께 법조계 내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물이 임명되는 게 바람직한데, 단기간에 급증할 경우 자칫 이에 부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법원이 내놓는 판단이 불신을 받을 우려도 있다.

사회적 풍토나 소송 제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 한해에 검토하는 사건 자체가 평균 100여건 안팎에 불과하다. 연방대법원은 상고허가제를 채택한 점이 큰 차이다. 이를 통해 대법원 사건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냈다. 중요 쟁점을 제시하는 사안에만 상고를 선별적으로 허용한다. 이처럼 대법원은 소수의 핵심 사건에 집중해 최고법원으로서 법령의 통일적 해석이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과 무게감을 주는 판단을 내놓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8 saba@yna.co.kr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다양화 역시 쟁점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은 현행 10명인 추천위에 법관대표회의와 지방변호사회 몫 2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천위원 다수가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해 추천위 독립성을 해친다는 게 배경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추천위원 중 당연직 4명인 법무부 장관, 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대법원장의 영향력 하에 있지 않다"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했다.

추천위에 비법조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비법조인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대법관이 수행하는 업무를 고려한 후보자 전문성에 대한 자질 검증의 한계를 노출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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