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은 오랫동안 한국 자연 보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돼 왔다. 한때 멸종 위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반달곰이 다시 산속을 활보하고, 등산객이 무심코 지나가는 산길에서 발자국을 발견한 적 있다.
국립공원관리 당국과 학계, 환경단체는 이 과정을 두고 생태 복원의 이정표라 불렀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모범적인 모델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복원이 늘 그렇듯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곰이 늘어난 만큼 사람과 맞닥뜨릴 위험도 커진다.
지난해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반달곰과 마주친 뒤 사람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공식적으로 인명 피해로 기록된 것이다. 등산객과 주민이 반달곰을 목격했다는 보고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공식 문서에 ‘피해 사례’로 남은 것은 무려 10년 만이다.
반달곰이 튀어나와 사고로 이어진 사례
지난해 8월 전남 구례 토지면 문수리에서 새벽녘 버섯을 채취하던 주민 A씨가 산비탈에 몸을 기대고 있던 중, 반달곰으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당황한 A씨는 곁에 있던 막대기를 휘둘러 쫓아내려 했지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얼굴과 이마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처음엔 곰이 맞는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조사와 올해 발표된 공식 보고서에는 ‘반달곰에 의한 대인 피해’로 명시됐다. 직접 공격이 아니라 놀라 피하다 다친 상황이었지만, 야생동물 존재 자체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는 2014년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 침낭 훼손 사건 이후 10년 만에 발생한 공식 대인 피해 사례다.
반달곰의 생김새와 생활 습성
반달곰은 가슴에 뚜렷한 흰색 반달 무늬가 있어 이름이 붙었으며, 몸길이는 최대 192cm, 체중은 200kg에 달하는 대형 포유류다. 얼굴은 넓은 이마와 길게 뻗은 주둥이가 특징이고, 날카로운 발톱은 절벽을 오르기에 적합해 산악지형에서 유독 강한 적응력을 보인다.
시력은 좋지 않지만 후각과 청각은 매우 예민해 먹이를 탐색하거나 외부의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평지보다 산을 오를 때 더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악 생활에 특화된 동물이다. 잡식성이라 도토리, 밤, 각종 열매를 비롯해 곤충이나 새의 알, 새끼, 꿀까지 섭취하며 겨울에는 동면에 들어가 생존한다. 평균 수명은 25년 정도이며 임신 기간은 7~8개월, 한 번에 1~4마리 새끼를 낳아 개체군을 이어간다.
서식 환경과 복원 과정
한국에서 반달곰은 과거 전국의 산악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급격히 줄어들며 1980년대 이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복원 사업이 추진돼 개체 수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2004년 이후 러시아와 북한에서 반달곰을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하고, 불법 사냥도구를 수거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생존과 번식을 관리해 왔다.
그 결과 수십 마리 이상이 정착해 살고 있으며, 서식지는 도토리와 밤나무가 풍부한 산악 지대와 계곡 주변 숲으로 확인된다. 최근에는 활동 반경이 지리산 일대를 넘어 남원과 구례 등 인근 지역까지 넓어지고 있어 주민이나 등산객과의 돌발적 마주침이 늘어나고 있다.
반달곰과 마주쳤을 때 대피 요령
전문가들은 반달곰을 만났을 때 절대 뛰거나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갑작스러운 자극은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침착하게 곰을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이나 가방을 던지지 말고, 나무 위로 무작정 올라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산행 전에는 곰이 자주 출몰하는 구간에 설치된 안내 표지와 전광판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종이 방울이나 호루라기를 휴대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국립공원공단은 무인 안내 시스템, 전기 울타리, 명예 보호원 제도를 통해 사람과 곰이 충돌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에서 100% 통제는 불가능하기에 개인의 주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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