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수소와 한방, 정직한 기술로 K-뷰티의 미래를 열다
사진=김남근 기자
- 세계 최초로 시도된 한방 수소 화장품 ‘한수화’(hansoohwa)
- 작은 기업의 성실한 시도가 만들어낸 글로벌 가능성
수소 산업은 한때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았지만, 대중의 인식은 오히려 불신에 가까웠다. 시중에 넘쳐났던 ‘수소’ 관련 제품들은 실제 효능보다 과장된 홍보에 기대었고, 정작 실험실에서 검증할 수조차 없는 상태로 시장에 나와 신뢰를 잃었다. 과학이 만든 가능성이 상업적 포장 속에서 희석되면서, 수소는 ‘안 믿기는 소재’로 낙인찍혔다. 김형준 이레엔빛 주식회사 대표가 도전한 길은 바로 그 낙인을 걷어내는 일이었다. 그는 마그네슘 하이드라이드 기반의 안정적인 수소 저장 방식을 활용한 ‘삼중 잠금’ 설계와 정제수를 배제한 한방 원액 배합을 통해, 수소가 실험실을 넘어 생활 속에서 신뢰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기술과 전통을 아우르며 ‘신뢰할 수 있는 수소 활용’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나가고 있는 김형준 대표를 이슈메이커가 조명해 보았다.
ⓒ 이레엔빛 주식회사
시련 속에서도 확인한 흔들림 없는 기준
김형준 대표의 시작은 환경공학 분야였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는 수처리와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회사를 세우고, 토양과 수질 분석, 녹조 대응, 미세기포 실험 같은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 지식을 작은 해결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그는 보람을 느꼈다. 생활 속 불편을 덜고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면, 결과가 작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큰 사고로 6개월 이상 현장을 비워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뿐만 아니라, 가족을 돌보는 아버지로서의 역할까지 흔들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순간을 상처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몸이 회복되어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었을 때, 그는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지나오며, 새로운 결심보다는 오히려 오래전부터 자신을 이끌어온 원칙이 더욱 또렷하게 확인하게 되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저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분명한 기준을 세워두었습니다. 사행성이나 유해성을 띤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 사회에 이롭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만 선택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 기준이었죠. 사고를 겪은 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이 기준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붙잡은 원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준이었기 때문이죠”라고 전했다.
이 기준은 회사를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택했고, 작은 실험이라도 끝까지 해내는 성실함을 잃지 않았다. 직원들에게도 이 원칙은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메시지였다. 매출을 늘리거나 외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이레엔빛이 지향해야 할 길이라는 점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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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와 한의사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수화’(hansoohwa)
김형준 대표는 사고 이후 의사의 권고대로 약과 보조제를 더하는 방식만으로는 건강을 지켜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어 스스로 면역력을 회복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연구해 온 환경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다시 떠올리며,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수소’였다. 수소가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였다. 시중에 판매되는 수소 관련 제품들은 정작 실험실에 도착하면 모두 기체 상태로 날아가 버려, 제대로 검증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수소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찾기 위해 공학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동시에 그는 전통 한방의 지혜에도 주목했다. 약재가 가진 힘을 단순한 보조제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피부로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냉침 기술이었다. 이는 한약재를 차가운 오일에 오랜 시간 담가 두어, 콜드브루 커피처럼 차갑게 천천히 성분을 우려내는 방식이다. 정제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원물의 힘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와 결합할 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실험은 쉽지 않았다. 원액의 농도가 높을수록 향이 강해져 거부감을 주었고, 추출 방식에 따라 색과 질감이 달라지는 문제도 있었다. 그는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공학자, 한의사들과 함께 조합을 바꿔가며 테스트를 이어갔다. 향이 너무 강할 때는 유자피를 더해 균형을 맞추었고, 질감이 지나치게 무거울 때는 오일 비율을 조정해 흡수율을 높였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러 차례의 반복 끝에 피부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원료의 힘을 지켜내는 배합을 결국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세계 최초로 시도된 한방 수소 화장품 ‘한수화’(hansoohwa)였다. 개인적인 회복의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길로 확장된 것이다.
김 대표는 “몸을 관리하기 위해 시작한 작은 시도가 결국 저와 동료들을 오랫동안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공학과 한방이 힘을 합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특히 목포 백제한의원의 강성도 원장님(원광대)과 전 해온한의원의 부원장을 역임한 김효경 한의사(경희대)께서 큰 힘이 되어 주셨기에 가능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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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붙잡는 세 겹의 장치
김형준 대표가 개발한 화장품이 특별한 이유는 불신으로 가득했던 수소 산업의 약점을 정면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는 ‘수소가 몸에 좋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제품에서는 수소가 빠르게 날아가 버려 검증조차 어렵다는 현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바로 ‘삼중 잠금 설계’였다. 쉽게 말해, 수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세 겹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고체 형태의 수소’다. 기체로는 금방 사라지는 수소를 안정적으로 붙잡기 위해, 그는 마그네슘 하이드라이드를 활용해 수소를 고체 형태로 담아냈다. 이 방식은 피부에 닿는 순간 수분과 반응해 수소가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시중의 수소수 제품들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두 번째는 정제수의 완전 배제이다. 일반적인 화장품의 대부분은 정제수, 즉 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수소를 마그네슘과 결합시켜 안정화를 시켰다고 하더라도, 물속의 산소 분자와 접촉하게 되면 수소 기체가 곧바로 발생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예 정제수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피부에 닿기 전까지는 수소가 방출되지 않도록 산소와의 접촉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마지막은 ‘에어리스 용기’다. 뚜껑을 열고 닫는 순간 공기와 접촉해 수소가 빠져나가는 문제를 막기 위해, 공기와 닿지 않는 밀폐 구조의 용기를 도입했다. 펌프를 누르는 순간에만 내용물이 나오기 때문에 수소가 끝까지 보존될 수 있다.
김 대표는 “고체화, 정제수 배제, 에어리스 용기를 활용한 삼중 잠금 설계를 통해 완성된 한수화 화장품은 ‘신뢰할 수 있는 수소 활용’이라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성분 배합을 단순화하고 화학 첨가물을 배제함과 동시에 세심한 조율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한수화’는 수소와 한방, 전통과 현대과학이 서로 보완하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전했다.
판매보다 신뢰를 우선하다
한수화 화장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김형준 대표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판매가 아니라 사용법이었다. 그는 제품을 단순히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써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전한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가 ‘제발 조금만 바르세요’였다. 더 많이 바르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소량을 고르게 펴 바르고 충분히 흡수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원칙을 알리기 위해 그는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화장품을 짜는 양부터 바르는 순서, 흡수 시간을 상세히 설명하며 ‘많이 바르면 판매자만 좋은 일입니다. 적은 양을 발라도 효과는 충분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흔한 광고 채널이 아니라, 교육과 안내, 그리고 소통을 목적으로 한 창구로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홍보와는 거리가 있다. 제품의 성분과 원리를 숨기지 않고 설명했고, 사용 과정에서 주의할 점까지 솔직하게 알렸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를 택했기 때문이다. 제품의 철학이 ‘정직함’이라면, 이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정직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김 대표는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쓰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수소 화장품이 가진 가능성이 온전히 증명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메시지는 판매량보다 신뢰를, 단기적 성과보다 올바른 경험을 우선하는 방식으로도 작은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자 차별성임을 보여주고 있다.
K-뷰티에 더한 수소와 한방의 차별성
김형준 대표가 바라보는 한수화의 가치는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수소가 한때 과장된 물질로 불신을 샀던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수소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담고 지켜내느냐의 기술에 있었다. 한수화는 고체화·정제수 배제·에어리스 용기라는 세 가지 장치를 통해 이 한계를 풀어냈고,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수소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자원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이러한 시도가 한국 화장품 산업, 이른바 K-뷰티에도 의미 있는 한 축을 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K-뷰티는 혁신성과 다양성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는 여기에 수소와 한방의 결합이라는 차별성을 보태고 싶었다. 빠른 유행이나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라, 과학적 설계와 전통 원료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의 라인업은 1종뿐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를 조급하게 보지 않는다. 계절적 특성에 맞춰 겨울철에 최적화된 제품부터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우선했고, 이후 점차 라인업을 넓혀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한방 원료와 수소 기술의 조합은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적 차별성을 알릴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저희가 거창한 미래를 말하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려 합니다. 진실하게 설명하고 검증받으면서, 언젠가 세계 무대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한국 화장품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그가 그리는 비전은 K-뷰티의 판을 뒤흔드는 거대한 꿈이라기보다, 작은 기업으로서도 성실한 노력과 기술로 세계 시장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작은 실험들이 쌓여 한수화가 되었고, 정직한 설명과 검증으로 신뢰를 얻으려는 이러한 그의 태도는 기업가로서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수화가 만들어낼 울림은 K-뷰티의 한 갈래를 넘어, 정직한 시도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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