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네팔 Z세대 분노, 친중 정권 붕괴…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 '아시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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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네팔 Z세대 분노, 친중 정권 붕괴…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 '아시아의 봄'

폴리뉴스 2025-09-23 19:12:58 신고

시위대 방화로 불에 탄 네팔 의회 건물 [사진=AP=연합뉴스]
시위대 방화로 불에 탄 네팔 의회 건물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인도네시아와 네팔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동티모르, 필리핀 등 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정부 특권층의 부패와 불평등에 대한 이른바 'Z세대'의 분노가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단순한 시위에 그치지 않고 정권이 물러나는 일도 나타나면서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아랍의 봄'이 아시아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네팔의 친중 연립정권이 무너지면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근 친중 국가들도 영향을 받고 있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특혜' 네팔 '특권층 부패' 전국서 시위

최근 남아시아 일대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하원 의원 580명이 지난해 9월부터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천만 루피아(약 430만원)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대학생과 노동자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5천만 루피아는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인 540만 루피아(약 46만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최근 제조업 분야 일자리 감소로 올해 상반기에만 해고 노동자 수가 4만2천명을 넘어 설 정도로 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돼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의회는 논란이 된 주택수당을 포함한 여러 특혜를 폐지하고 재무부 장관 등을 교체하는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시위는 어느 정도 진정됐으나 불씨는 네팔로 옮겨 붙었다. 

네팔 정부가 가짜 뉴스 확산 방지를 이유로 지난 5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26개 SNS 접속을 차단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네팔은 전체 인구 3천만명 가운데 20% 이상이 빈곤층이며 1인당 연 소득도 1천400달러(약 194만원)에 불과해 남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른바 '네포 키즈'(nepo kids)라 불리는 네팔의 고위층 자녀들은 많은 특권 속에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네팔 'Z세대'는 온라인에서 반부패 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는데 정부의 SNS 차단 조치가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 여겨진 것이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벌어진 시위로 네팔에서 경찰관 3명을 포함한 72명이 숨지고 2천113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스누 프러서드 퍼우델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을 붙잡아 속옷만 입힌채 끌고 다녔으며 아르주 라나 데우바 외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위대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도 SNS를 통해 퍼졌다.

결국 네팔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해 수실라 카르키가 임시 총리가 됐다. 그는 "젠지 세대가 요구하는 부패 종식, 좋은 정치, 경제 평등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동티모르 대학생 시위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동티모르 대학생 시위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동티모르 필리핀서도 젊은 층 주도 '반정부 시위'

젊은층의 분노는 들불처럼 확산돼 동남아시아 최빈국으로 꼽히는 동티모르와 필리핀까지 번져갔다. 

동티모르는 인구의 40%가량이 빈곤층이며 불평등, 영양실조, 높은 실업률 등 사회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동티모르 의회가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의 새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지급하기 위해 예산 420만 달러(약 58억2천만원)를 편성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학생 2천명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수도 딜리에서 공공기관 건물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를 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시위에 놀란 동티모르 의회는 국회의원에게 새 차량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했고, 국회의원의 종신 연금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에서는 홍수 예방 사업 부패가 원인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9천800건이 넘는 홍수 예방 사업에 약 5천450억 필리핀페소(약 13조2천억원)가 투입됐으나 부패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약 423억∼1천185억 필리핀페소(약 1조300억∼2조8천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지난주 상원에 출석한 건설회사 사주 부부는 홍수 예방 공사와 관련해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의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49명이 체포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이자 실세인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은 결국 사임했으며 앞서 지난주에는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도 홍수 예방 사업 계약업체와 연관설이 제기된 여파로 교체됐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서 불에 탄 경찰 건물 [사진=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서 불에 탄 경찰 건물 [사진=AFP=연합뉴스]

FT "심각한 부패와 청년 실업률이 원인"

직접적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최근 동남아 시위 확산의 배경에는 정치권의 심각한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가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Z세대 등 청년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게 특징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시민의식이 커지면서 기성권력에 대한 저항의식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외신들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잇따른 반정부 시위의 원인으로 부패와 높은 실업률을 꼽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시위가 발생한 나라가 모두 개발도상국으로 부패 수준이 심각하고 청년 실업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년실업률(15∼24세)은 스리랑카 22.3%, 네팔 20.8%, 인도네시아 13.1%로 세계 평균(13.5%)과 비슷하거나 높았다.

앞서 2022년 국가부도(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에서도 엄청난 물가 상승과 생필품 부족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해외로 달아난 뒤 하야했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는 '독재자'로 불린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독립전쟁 유공자의 후손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밀려 인도로 도피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소속 남아시아 전문가인 크리스토프 자프렐로는 "아시아 일부 지역 청년층 불만은 주로 부패한 권위주의 정권 때문이지만, 사회경제적 좌절감도 반영한다"며 "실업으로 고통받는 빈곤한 청년과 부유층 사이의 불평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카트만두 시위대 [사진=AFP=연합뉴스]

네팔 친중정권 붕괴…중국 '일대일로' 타격 가능성

동남아시아 반정부 시위로 인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시위 발생 국가들이 모두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으로, 시위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격변이 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네팔의 경우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과 네팔회의당(NC) 좌파 연립정부가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반정부 시위 세력 내 반중 정서가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중 좌파 연립정부를 이끌던 샤르마 올리 총리는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와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지난 9일 사임했다.

네팔 임시정부는 내년 3월 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현재 네팔 사회에 반중 정서가 확산된 상황에서 기존 네팔 공산당과 같은 친중 성향 정당이 집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인도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는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네팔의 정치 불안이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남아시아 전역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고 보며 긴장하고 있다. 

만약 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친중 정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면, 일대일로 사업은 한동안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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