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인 IP5 법원…" 기술혁신 사법부 역할 중요"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지적재산권 선진 5개국(IP5) 특허법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기술 보호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한규원 특허법원장이 2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컨퍼런스’에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대법원이 지난 22일부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진행한 ‘2025 세종 국제 컨퍼런스’ 이틀 차에는 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주요 국가별 특허소송 제도 운영 현황을 공유하는 세션이 열렸다. 노태악 대법관(사법연수원 16기)을 좌장으로 진행된 이번 세션은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춘 사법부의 대응 과제, 법관 역량 강화 방안, 국제 협력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

한국에서는 한규현 특허법원장이 한국의 전자소송 도입·국제재판부 운영 경험 등을 공유했다. 특히 특허법원 특징상 고도의 기술 이해도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각 나라의 법관의 역량 강화와 지원 방안도 공유됐다. 한 원장은 “고법 판사 제도 시행으로 법관 전문성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한국은)기술 심리관·조사관과 협업하고, 내부 기술 전문가 도움만으로 해결이 안되면 780여명의 외부 기술 전문가인 전문심리위원 풀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허법원은 사건 초기 단계 절차, 자료제출, 명령과정 등에서 표준심리 절차 마련해 예측 가능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전속 관할·전문 인력 제도를 설명하는 동시에 정보의 투명한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타카베 마키코 전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장은 법관들의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서 일본은 △재판연구관 제도 △기술고문제도 △기술설명회 제도를 활용해 첨단기술 소송에 대응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타카베 소장은 또 “지적재산소송은 기업 경제활동과 직결돼 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판소는 판결과 절차 모델을 웹에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기술 자격 판사, 법률 자격 판사 등 두 부류의 법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송어수 중국 북경지식재산권법원 부원장이 참석했다. 송 부원장은 중국은 법관 보좌관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법관들이 심층 연구를 통해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도록 연구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특히 특허 분쟁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클린 응우옌 미국연방제9항소법원 판사는 자신이 심리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시장 독점 소송을 언급하며 “1990년대 말 항소심이 진행될 때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사실상 경쟁사가 사라졌다”며 “법원 판결과 역할이 속도감 있게 움직여 빠른 해결을 제공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지적재산 분쟁의 국제화와 생성형 AI 발달로 인한 재판 환경 변화도 주요 토론 주제가 됐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노태악 대법관은 “최근 AI 발전은 재판 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전문 분쟁 해결을 위한 사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말미에 각국 대표단은 기술 발전에 따른 사법 환경 변화에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