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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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 2025-09-23 18:19: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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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박수남 기자)
[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박수남 기자)

[CEONEWS=박수남 기자] 국내 언론 지면은 연일 SK하이닉스의 쾌거를 알리는 소식으로 채워진다.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석권하며 대한민국 기술력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이 눈부신 성공의 중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있다. 그는 AI 시대의 핵심 동력을 공급하는 기술 리더로 조명받는다. 

그러나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회의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그곳에서 최태원 회장은 성공한 기업가이기 이전에,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가장 위험한 길목에 서 있는 핵심 플레이어(Key Player)로 분석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같은 기관의 보고서에서 그의 이름은 기술적 성취가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SK하이닉스의 HBM 독주는 영광스러운 성취임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룹 전체를 옥죄는 가장 큰 지정학적 족쇄가 되어버린 'HBM 패러독스(HBM Paradox)' 로 정의내릴 수 있다. 이 패러독스는 최태원 회장에게 수십억 달러의 명운을 건 거대한 도박, 이른바 '아메리칸 갬빗(American Gambit)'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선제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이라는 피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필사적인 대응 전략에 가깝다. 국내의 장밋빛 전망 뒤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 즉 워싱턴의 다음 행보와 SK가 마주한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HBM은 국가안보다"

미국 정부는 HBM을 더 이상 단순한 상업용 반도체 부품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AI 기술이 군사력과 직결되면서, HBM은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전략물자로 재정의되었다. 워싱턴은 이제 HBM의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통제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칼날은 정확히 SK하이닉스를 겨냥하고 있다. 

워싱턴의 정책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건은 앨런 에스테베스(Alan Estevez)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의 발언이었다. 그는 2024년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HBM을 직접 거론하며 "HBM을 만드는 3개 회사 중 2개가 한국 회사"라고 명확히 지목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현황 설명이 아니었다. 이는 동맹국인 한국을 향한 공개적인 정책 시그널이자, 사실상의 지침이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어서 HBM과 같은 첨단 기술 역량이 "우리 자신과 동맹국들의 필요를 위해 개발되고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적대국(adversarial countries)'인 중국이 아닌, 미국과 그 동맹의 안보를 위해 HBM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발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닌,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에 편입시켜야 할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는 '에스테베스 독트린'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는 향후 발표될 구체적인 규제 조치들의 정치적, 외교적 명분을 쌓는 과정이었으며, 한국 기업들에게 상업적 선택이 아닌 동맹으로서의 의무를 압박하는 최후통첩에 가까웠다.    

정치적 선언에 머물지 않고, 워싱턴은 HBM 공급망을 통제할 구체적이고 강력한 법적 도구를 즉각 꺼내 들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두 개의 정교한 올가미를 통해 전 세계 HBM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했다. 

첫 번째 올가미는 기술적 사양을 이용한 규제다. BIS는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제곱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2 GB/s/mm2)를 초과하는 D램을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 숫자가 핵심이다. BIS는 이 기준을 발표하며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HBM2, HBM3, HBM3E 등 현재와 미래의 모든 HBM 제품을 규제망 안에 포괄하려는 의도적인 설계다. 특정 제품이 아닌 기술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틈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두 번째 올가미는 더욱 강력한 '해외직접생산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의 적용이다. FDPR은 미국 밖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생산 과정에 미국의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가 사용되었다면 미국 수출통제법의 적용을 받게 하는 막강한 역외 규정이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반도체 기업은 설계 단계에서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등 미국 기업의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생산 공정에서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램리서치(Lam Research) 등 미국산 장비를 사용한다. 따라서 한국 이천 공장에서 생산된 HBM이라 할지라도 FDPR 규정에 따라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되어, 중국 등 우려국으로 수출 시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 두 가지 조치의 결합은 미국에게 전 세계 HBM 공급망의 '마스터 키'를 쥐여준 것과 같다. 미국은 이제 SK하이닉스의 이사회가 아닌, 워싱턴 D.C.의 상무부 건물에서 HBM의 최종 행선지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권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자, SK가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 현실이 되었다. 미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가속기를 개발하더라도, 그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인 HBM의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의 AI 군사력 증강을 근본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HBM은 이제 반도체 전쟁의 새로운 최전선이 되었다. 

최태원 회장이 마주한 가장 즉각적이고 거대한 딜레마는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우시(Wuxi) 공장이다. 한때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생산 전략의 핵심 기지였던 이 공장은 이제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즉 '전략적 인질'로 전락했다. 

우시 공장의 중요성은 숫자가 증명한다. 이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핵심 생산기지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후에는 다롄 공장과 함께 낸드플래시 생산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된 이 거대 시설은 SK하이닉스의 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막대한 의존성과 매몰 비용(sunk cost)은 최태원 회장의 선택지를 극도로 제한한다. 공장을 포기하는 것은 그룹의 D램 생산 능력의 절반 가까이를 일시에 상실하는 재앙적인 결정이며, 이는 곧 시장 점유율 하락과 재무적 타격으로 직결된다. 반대로 공장을 유지하는 것은 나날이 강화되는 미국의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CSIS의 보고서 역시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샌드위치' 신세를 명확히 지적했다. 우시 공장은 더 이상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SK를 지정학적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거대한 부채가 되었다.

국내 일부 언론은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alidated End-User, VEU)' 지위를 연장해준 것을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워싱턴의 진짜 의도를 간과한 위험한 착시다. 해외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VEU를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시한부 생명줄'로 규정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VEU의 본질이 변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VEU가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는 측면이 있었다면, 현재의 VEU는 '기술적 현상 유지'를 강제하는 족쇄에 가깝다. 미국 상무부는 VEU 지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생산 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목적으로 하는 허가는 불허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같은 차세대 공정에 필수적인 첨단 장비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VEU는 우시 공장을 '기술적 동결' 상태에 빠뜨리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는 미국이 구사하는 정교한 '관리된 쇠퇴(Managed Decline)' 전략의 일환이다. 당장 공장 문을 닫게 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충격을 주는 대신, 첨단 기술로의 전환을 막아 장기적으로 공장의 경쟁력을 서서히 고사시키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 지배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공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CSIS의 분석처럼, 규제로 인해 첨단 공정 전환이 막히면 우시 공장은 결국 경쟁력을 잃고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저수익 기지로 전락할 운명이다. VEU 연장은 생명 연장의 증거가 아니라,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예고하는 부고장에 가깝다. 

중국이라는 덫과 미국의 압박이라는 양쪽의 위협에 직면한 최태원 회장은 생존을 위해 워싱턴을 향한 전면적인 베팅을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그룹의 명운을 건 지정학적 도박, 즉 '아메리칸 갬빗'이다. 이 갬빗은 막대한 자금과 정치적 자원을 동원한 로비전, 미국 본토에 핵심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대규모 투자, 그리고 미국 정부의 정책에 깊숙이 편입되는 전략적 결단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워싱턴에서 정책은 돈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상원 로비 공개 데이터는 SK그룹이 이 게임의 법칙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아시아뉴스네트워크(Asia News Network)의 분석에 따르면, SK그룹은 2024년 한 해 동안 워싱턴에서의 로비 활동에 무려 559만 달러(약 77억 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도의 433만 달러, 2022년의 528만 달러와 비교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특정 현안에 대한 그룹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로비 신고 서류에 명시된 활동 목표는 '아메리칸 갬빗'의 청사진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요 로비 대상 이슈는 '반도체 수출 통제',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AI' 등 SK의 생존과 직결된 정책들이다. 이는 단순히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려는 차원을 넘어,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규제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보조금과 같은 정책적 혜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전이자 공세전이다.    

이러한 금전적 공세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으로 뒷받침된다. SK그룹은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워싱턴 정가의 내부 논리와 인맥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대관(對官) 역량을 비약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워싱턴의 복잡한 정책 결정 과정을 내부에서부터 파고들어 SK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정교한 '인사이드 게임(Inside Game)' 전략의 일환이다. 

주: 로비 지출액은 Asia News Network 보도 및 관련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박수남 기자)
주: 로비 지출액은 Asia News Network 보도 및 관련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박수남 기자)

SK의 '아메리칸 갬빗'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행보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차세대 HBM 패키징 생산기지다.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 시설 투자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을 정면으로 해결해주겠다는 SK의 약속이자, 미국 안보에 기여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값비싼 '지정학적 보험'이다.    

지나 러몬도 전임 미 상무장관은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를 발표하며 "미국의 AI 하드웨어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SK의 투자가 워싱턴의 정책 목표와 정확히 일치함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인디애나 공장은 HBM 생산의 마지막 단계를 미국 본토로 가져옴으로써,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핵심 AI 반도체 공급망을 분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공장은 SK가 워싱턴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물 자산이자, 미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SK가 '우리 편'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적 투자다.    

'아메리칸 갬빗'의 마지막 퍼즐은 미국 정부의 CHIPS Act 보조금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 투자에 대해 약 6,600억 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과 투자액의 최대 25%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약속받았다. 이 막대한 자금 지원은 표면적으로는 SK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당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당근에는 강력한 조건이 붙어있다. 바로 CHIPS Act의 '가드레일(Guardrail)' 조항이다. 이 조항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과 같은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 거래'는 10만 달러 이상, '실질적 확장'은 생산능력 5% 이상 증가로 매우 엄격하게 규정된다

결국 CHIPS Act 보조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SK하이닉스가 법적으로 '탈(脫)중국'을 선언하고, 향후 10년간 중국 내 사업 확장을 포기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과 같다. 보조금은 SK를 미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에 단단히 묶어두는 '황금 족쇄'인 셈이다. 이로써 최태원 회장의 '아메리칸 갬빗'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공식적인 약속이 되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법적 의무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SK는 중국 리스크를 줄이는 대가로 미국 정치 시스템과 정책에 대한 완전한 의존성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게 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추진하는 거대한 '아메리칸 갬빗'은 지정학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르나, 그 대가는 SK그룹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상처로 남고 있다. 워싱턴발(發) 지정학적 압박은 월스트리트의 신용평가사들이 울리는 재무적 경고음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그룹의 미래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의 평가는 이러한 재무적 압박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S&P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SK On의 미국 배터리 사업 투자 주체)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의 최하단인 'BB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수년째 '부정적(Negative)'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S&P가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는 핵심 근거는 명확하다. 바로 '아메리칸 갬빗'의 직접적인 결과물인 과도한 자본 지출(Capex)과 그로 인한 부채 부담이다. S&P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조정 부채는 2023년 기준 23조 원에 달했으며, 높은 투자가 지속되면서 단기간 내 재무 건전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와 SK On의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 등 미국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가 그룹 전체의 재무 체력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은 생존을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금이 과연 그만한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근본적인 의구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주: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및 전망 변화. S&P Global Ratings 보고서 및 공시 자료 기반으로 재구성. ​​​​​​​[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박수남 기자)   ​​​​​​​
주: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및 전망 변화. S&P Global Ratings 보고서 및 공시 자료 기반으로 재구성. [박수남의 CEO분석 10] ‘HBM 성공 신화’의 대가…최태원에게 날아든 워싱턴의 ‘안보 청구서’ (CEONEWS=박수남 기자)   ​​​​​​​

아메리칸 갬빗'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그 성공이 SK의 기술력이나 시장 전략이 아닌,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CHIPS Act의 보조금과 IRA의 세제 혜택은 이 거대한 투자의 재무적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둥이다. 그러나 이 기둥은 미국 국내 정치의 변덕이라는 불안한 지반 위에 서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성공 신화는 최태원 회장에게 기술 리더라는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었지만, 동시에 그를 미-중 기술 냉전의 가장 위험한 외나무다리로 밀어 넣었다. 본 기획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HBM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는 역설적으로 SK그룹을 워싱턴의 가장 강력한 통제 대상으로 만들었고, 이는 그룹의 미래를 건 '아메리칸 갬빗'이라는 필사적인 생존 투쟁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의 HBM 성공 신화는 최태원 회장에게 기술 리더라는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었지만, 동시에 그를 미-중 기술 냉전의 가장 위험한 외나무다리로 밀어 넣었다. 본 기획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HBM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는 역설적으로 SK그룹을 워싱턴의 가장 강력한 통제 대상으로 만들었고, 이는 그룹의 미래를 건 '아메리칸 갬빗'이라는 필사적인 생존 투쟁으로 이어졌다. 

해외 전문가들의 시각을 종합하면, 최태원 회장의 HBM 성공은 이제 그에게 가장 큰 지정학적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의 앞에는 네 가지 거대한 도전 과제가 놓여있다. 첫째, HBM 자체를 겨냥한 미국의 수출 통제라는 임박한 위협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둘째, 기술적으로 고사하고 있는 중국 우시 공장이라는 '전략적 인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셋째, 막대한 재정적 출혈을 감수하며 추진하는 '아메리칸 갬빗'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넷째, 미국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변수로부터 어떻게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인가. 

이제 SK그룹의 미래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 능력만으로는 담보할 수 없다. 그것은 이 네 가지 지정학적, 재무적 난제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최고 경영자의 위기관리 능력, 즉 '기업가적 외교술(Corporate Statesmanship)'에 달려있다. 국내 언론이 실적과 기술력에 환호하는 동안,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는 이미 SK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이제 기술 리더를 넘어, 한 기업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지정학적 리더'로서의 역량을 시험받는 혹독한 무대 위에 서 있다. 그가 이끄는 SK호(號)가 이 거친 파고를 넘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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