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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빗썸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랜딩플러스의 대여 규모는 총 2조 4983억원, 담보금액은 10조 2708억원에 달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대규모 대출 시장을 형성한 셈이다. 자동청산은 주식시장의 반대매매와 유사하다. 담보로 맡긴 코인 가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거래소가 강제로 매도해 빌린 자산을 갚아버린다. 투자자는 빚을 갚았지만 담보 손실을 확정받는다.
특히 7월 한 달에만 1만 7238건, 792억원 규모가 청산됐다. 6월 574건(25억원)에서 한 달 만에 30배로 폭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에야 신규 영업 중단 행정지도를 내렸지만 이미 피해는 누적돼 있었다. 지침 직후 업비트는 서비스를 접었으나 빗썸은 8월에도 1603건(188억원) 청산을 기록하며 영업을 지속했다.
빗썸은 8월 들어 대여비율 상한을 낮춰 위험 허들을 강화했고 실제로 청산 비율은 0.07%로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시기 ‘자동청산’을 ‘자동상환’으로 바꿔 표기했다. ‘청산’은 강제 매도를 뜻해 손실 위험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지만 ‘상환’은 정상적인 절차처럼 보인다. 업계에서는 “실질은 청산인데 용어를 바꿔 투자자 위험 인식을 희석했다”고 비판했다.
대여 자산 구성도 문제로 꼽힌다. 테더(34.2%), 리플(17.7%), 비트코인(14.9%), 이더리움(10.8%) 등 메이저 자산이 대부분으로, 거래소가 사실상 레버리지 시장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규제당국은 레버리지·공매도 성격의 서비스에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데 국내에서는 제도 공백 속에 대형 거래소가 이런 구조를 직접 운영했다. 중위 대여금액은 249만원으로 소액 투자자가 다수인 만큼 피해 확산 우려도 크다.
문제는 금융당국은 최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행정지도로는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빗썸처럼 지침을 무시해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당국 관계자는 “현행 제도만으로는 거래소 대여서비스를 제어하기 어렵다”며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도 빗썸에 경고 조처를 내렸다. 닥사는 이날 지난 5일부터 시행한 ‘가상자산사업자 신용공여 업무 가이드라인’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빗썸에 시정을 권고했다. 닥사는 “이용자 보호 기준을 어겼다”며 홈페이지에 이용자 주의 안내문을 게시했고 조속히 시정하지 않으면 제재 수위가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고팍스가 위믹스 상장 과정에서 자율규제를 위반해 3개월간 의결권 제한을 받은 사례처럼 빗썸도 업계 차원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빗썸은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제휴사 계약 구조와 대여 조건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대여 한도·비율·청산 요건을 정비하고 안정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의원은 “가상자산 대여·레버리지 서비스에 대해 한시라도 빨리 명확한 법제화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제 가상자산 투자가 2030세대의 주요 재테크 수단 중 하나가 된 만큼, 실질적인 규율과 안전장치가 반드시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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