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동포 모국방문' 행사 주관 김성미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인터뷰
"모국방문은 뿌리 찾는 여정…모국은 방문지가 아니라 함께하는 나라 돼야"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해외입양동포도 대한민국의 소중한 일원이자 자산입니다."
'해외입양동포 모국방문'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해외입양인연대(GOAL) 김성미(58·스웨덴 명 루이스 린드버그) 사무총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입양동포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한 살 때 어머니를 잃고, 계모의 학대와 아버지의 사망으로 고모 집에서 자라다 1979년 열 두살 때 두 동생과 함께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양부모의 사랑으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2022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해외입양인들의 가족 상봉과 모국 방문을 지원하며 그들의 정체성 회복과 뿌리 찾기를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스웨덴에서 사회복지사로 20년간 일하며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입양동포를 돕는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해외입양인연대는 2008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지원으로 모국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양인들의 가족 상봉을 돕고 있다. 또 국내 거주 입양인 2천여명 중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구호도 담당한다.
그는 "입양은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 사건"이라며, 새로운 언어·문화 적응 과정에서 겪는 혼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모국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입양동포는 단순히 지원받는 수혜자가 아니다"며 "입양국과 모국을 잇는 민간 외교사절이자, 다문화 감수성과 복합적 정체성을 지닌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된 '해외입양인 모국방문 행사'에는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등지에서 입양된 동포 30명이 참여했다.
입국 첫날 오리엔테이션과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경찰청 DNA 검사, 연고지·보육원 탐방, 가족 찾기 포스터 부착, 박물관·전쟁 역사 탐방, 문화 체험 등 6박 7일의 일정이 이어진다. 일부는 친생 가족과 극적인 상봉을 했고,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공동체적 위로와 지지가 전달됐다.
오는 24일 청각장애 입양인 케일럽(한국명 김현국)의 극적인 부모 상봉과 27일 벨기에 입양인 나야 드 비트(한국명 송나야)의 가족 만남도 예정돼 있다.
김 사무총장은 "가족 상봉은 입양인들에게 정체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성공 사례는 5% 미만에 불과하지만, 가족을 만나지 못한 입양동포들이 출생지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덴마크 입양동포는 아버지와 재회 후 한국을 다시 찾았고, 또 다른 참가자는 현지 삼성 법인에 취업해 뿌리 찾기 경험이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이번 모국 방문에 대해 "입양동포가 한국을 단순히 방문하는 나라가 아니라, 항상 함께하는 나라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입양인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아픔, 그리고 미래 희망을 함께 품은 존재"라며 "제도적 기반이 더욱 공고히 다져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당사자의 경험과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입양인연대는 아동권리보장원과 함께 앞으로 ▲친생 가족 찾기 지원 강화 ▲입양기록 체계적 관리 ▲정체성 회복 프로그램 ▲모국 생활 지원 ▲커뮤니티 센터 건립 등을 정부·민간 기관과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DNA 데이터베이스 확대, 국제 협력 체계 구축, 심리·정서적 지원 강화를 통해 가족 찾기의 가능성을 넓히고, 매년 정기적인 모국방문단 운영으로 더 많은 입양동포가 고국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총장의 꿈은 서울에 입양동포를 위한 '통합 커뮤니티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그는 "입양동포들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며 "게스트하우스를 포함한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 후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재외동포청 및 다른 입양관련 단체들과도 다양한 협력 추진하고 있다.
그는 모국방문 프로그램과 더불어, 재외동포청이 지난 3월 광화문에 입양인 전담 서비스 창구를 개설한 것에 대해 "단순히 행정 편의가 아니라, 정부가 입양동포의 존재와 목소리를 존중한다는 상징적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적 회복, 비자 발급, 가족 찾기, 모국 방문과 정착 지원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입양동포가 행정 절차 속에서 소외되지 않고 모국과 연결되는 따뜻한 다리가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잊지않았다.
phyeonso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