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스피드'에 속수무책 당한다…韓기업 초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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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스피드'에 속수무책 당한다…韓기업 초유의 위기

이데일리 2025-09-23 17:25: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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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연 공지유 기자] 62개. 현재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 수다. 지난 2015년 이후 10년 새 66개에서 62개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80개에서 275개로 52.7% 폭증했다. 업력은 짧지만 속도는 빠른, 다양한 업종의 중국 ‘신흥 강자’ 기업들이 쏟아진 결과다. ‘차이나 스피드’ 앞에 한국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에 규제보다 보상이 뒤따라야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정부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될 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전향적인 사고에 대한 요청도 재계에서 꾸준히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10년간 매출성장률 中 95% …한국, 15%에 불과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 경제지 포브스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기업은 지난 2015년 180개에서 올해 275개로 10년 새 52.7% 급증했다. △미국(575개→612개, 6.5% 증가) △한국(66개→62개, 6.1% 감소) 등과 비교해 중국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한국은 세계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기업들이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의 합산 매출은 4조달러에서 7조8000억달러로 10년 새 95% 폭증했다. 미국(63%), 한국(1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매출 증가세, 즉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중국이 한국보다 6.3배 더 빨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은 첨단·정보기술(IT) 분야 기업과 다양한 산업군의 간판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1999년 설립된 중국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의 2015년 대비 올해 매출 성장률은 1188%에 달한다. 현재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20위권이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10년 사이 BYD(1098%), 텐센트홀딩스(671%), BOE테크놀로지(393%) 등의 매출도 확 뛰었다. BYD(1995년), 텐센트(1998년) 등은 모두 1990년대 후반에 설립된 곳들이다.

2010년대만 해도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은 중국이었다. 10여 년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대(對)중국 디스플레이 무역수지는 2013년 200억달러를 넘었는데, 현재는 50억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기업 수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재된 기업은 해외가 아닌 국내 사업 중심의 금융기업들이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한때 한국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첨단제조업 속도전’이 이제 중국에 완전히 넘어갔다”며 “전례가 없는 중대 위기”라고 했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그룹 본사 전경. (사진=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 성장할수록 규제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 개선해야

한국에서 혁신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산업계에서는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술 경쟁력은 있는데 정책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해외 각국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배터리 산업을 지키기 위해 나선 와중에 한국은 여전히 대출 지원 등 과거 지원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우선 ‘메가샌드박스’라도 활용해 일정 지역, 일정 업종부터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에 ‘규제 제로 실험장’을 만들어 기업들이 AI 등 첨단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얘기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기술·신사업에 대해 ‘해를 끼치지 않는’(Do no harm) 최소한의 규제 원칙을 적용해 수많은 유니콘 기업의 산실이 됐다.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대한상의는 또 지원을 균등하게 나누기보다 ‘될 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섹터 딜’(Sector Deal)을 참고해 산업계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정부가 협상을 거쳐 매칭 지원하면 프로젝트에 속해있는 대·중소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지원이 분배된다는 설명이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처벌’, ‘규모별보다 산업별 제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시립대 교수는 “반도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이 지난 20년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정책 지원은 때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 국가 경제 존망이 달려있어,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산업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무서운 신인 기업들이 빠르게 나오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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