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8월의 사각사각플레이스는 따뜻한 열기로 가득했다. 시민연계프로그램으로 진행된 ‘3D펜으로 만드는 나만의 수호천사’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다뤄보는 체험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상상과 위로를 나누는 장이 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나의 작업 속 캐릭터인 ‘몽다(꿈을 배달하는 판다곰)’, ‘다몽이(행복을 전하는 다람쥐)’, ‘거복이(느긋한 마음을 품은 거북이)’가 수호천사 도안으로 제시되었다. 처음에는 정해진 도안을 따라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색과 상상을 덧입히며 완전히 새로운 수호천사들이 탄생했다.
어떤 이는 도안 그대로 몽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살렸고, 또 다른 이는 거복이의 등에 자기만의 문양을 새겨 넣었다. 도안은 마치 출발점이자 안전망이었고, 참여자들은 그 위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흥미로웠던 점은 ‘수호천사 만들기’라는 주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참여자도 많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동물을, 또 어떤 이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3D펜으로 빚어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예술이란 반드시 정해진 틀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과 변주 속에서 더 빛난다는 것을. 프로그램 이름은 ‘수호천사’였지만, 사실은 참여자 각자가 지금 이 순간 만들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3D펜을 다루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선이 삐뚤어지고, 모양이 잘 잡히지 않아 다시 덧그리기를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따뜻함이 피어났다. 한 아이는 “내 수호천사 날개가 삐뚤어졌어요”라고 말했지만, 곧이어 “그래도 귀여워요, 진짜 제 수호천사 같아요”라며 웃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참여자들은 스스로의 작업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프로그램 분위기였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앉아 수호천사를 완성해가는 모습, 낯선 이들이 옆자리에서 서로의 작품을 구경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공동체적인 소통의 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매 회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양한 수호천사들을 바라보며 나는 뭉클한 마음을 느꼈다. 어떤 작품은 몽다와 닮아 있었고, 어떤 것은 다몽이의 활기찬 에너지를 품고 있었으며, 또 어떤 것은 전혀 다른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법한 새로운 존재였다. 모두 다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것은 ‘나를 지켜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번 8월의 프로그램은 나에게 큰 배움을 안겨주었다. 정해진 도안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덧입힌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예술은 더 넓어지고, 더 다정해진다. 앞으로도 저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다. 작은 수호천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의 한쪽에서 은은히 빛을 내는 순간들을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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